[이슈&헬스]조류독감, 슈퍼독감으로 발전할까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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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에서 소독작업을 하러 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3월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에서 소독작업을 하러 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며칠 전 일본에서 처음으로 조류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양계장 직원과 방역요원 5명의 혈청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 항체가 발견됐다. 일본 열도는 두려움으로 들끓고 있다.

22일 국내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광주 지역의 한 오리 농장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된 것.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행했던 ‘H5N1’형과는 다른 ‘H5N2’형. 인체 감염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조류독감의 위험을 경고했다. WHO는 10억 명이 조류독감에 걸리고 그중 최대 7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WHO의 전망은 한 번에 수십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슈퍼독감’이 전 세계를 휩쓸 것이란 얘기다. 정말 슈퍼독감이 눈앞에 다가온 것일까.

전문가들의 우려는 슈퍼독감의 유행주기 때문이다. 슈퍼독감은 1847년 처음 발생한 이후 1918년 스페인독감(2500만 명 사망), 1957년과 1968년 홍콩독감(100만 명 이상 사망) 등 30∼40년을 주기로 창궐했다.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사람과 돼지, 조류에 함께 유행하는 A형,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B형, 사람에게 해가 없는 C형 등 3종류로 나눈다. H5N1형이나 H5N2형은 C형에 속한다. 그래서 인체 감염 가능성이 적은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A형. 먼저 오리나 닭 등 조류에 있던 바이러스가 돼지로 옮긴다. 인간과 세포 구조가 매우 비슷한 돼지의 몸 안에서 인간형 바이러스와 조류형 바이러스가 유전자 재조합을 한다. 이를 ‘대변이’라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백신이 개발되는 2, 3개월 후까지 문자그대로 속수무책이다.

다행히 최근 조류독감이 슈퍼독감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감염의학자들의 견해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 역시 “가까운 일본에서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긴장은 해야겠지만 정황으로 볼 때 슈퍼독감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과 홍콩에서 슈퍼독감이 탄생하는 것도 사실 우연은 아니다. 그 지역은 전통적으로 닭과 오리, 돼지를 동일한 장소에서 기르기 때문에 ‘대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내는 조류와 돼지를 분리해 사육한다는 사실도 한국이 슈퍼독감의 발원지가 될 가능성이 적은 이유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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