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찬운]한국행 난민 제대로 맞자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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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難民)이란 단어 그대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람’들이다. 국제법적으로 설명하면 ‘종교, 인종 또는 정치적 이유 등으로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박해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뜻한다. 이런 사람들은 국제사회가 공동의 책임을 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난민법의 출발이다.

▼인정절차·처우등 후진적▼

며칠 전 정부는 외국인 17명의 난민신청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였다. 새로운 난민 17명이 탄생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 정부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래 인정된 난민의 총수는 31명이 되었다.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나서 8년간 단 한 명의 난민도 인정하지 않다가 2000년 1명을 인정하고 그 후 4년 만에 모두 31명의 난민이 탄생했으니 우리 정부의 난민정책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국제사회의 공동부담인 난민문제에 우리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우리 난민정책의 문제점들이 모두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우리 난민정책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난민인정 절차의 후진성이다. 선진 외국의 난민인정 절차를 보면 대부분 전문적인 공무원이나 전문적 기관이 난민심사를 담당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절차가 보장되지 않는다. 수백 건의 사건을 1, 2명의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그것도 불법 체류를 단속하는 부서에서 난민인정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니 신청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고 공무원의 자세 또한 기본적으로 난민신청인을 불법 체류자라고 보는 경향이 농후하다.

현재 240여 명의 난민신청인이 법무부 심사를 받기 위해 1, 2년 이상 대기하고 있는데 이들이 적정한 심사 아래 난민으로 판정 받는 것은 사실상 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난민인정 절차가 전문화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1, 2명이라도 좋으니 하루빨리 전문공무원을 채용해야 한다. 적어도 난민분야를 출입국관리국의 체류심사과에서 분리해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부서로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두 번째 문제점은 난민에 대한 처우의 후진성이다. 난민을 인정한다는 것은 단지 신청인들에게 체류 자격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들이 이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직업이 필요하다. 또 병이 나면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호는 반드시 최종적으로 난민 인정을 받은 경우만으로 제한할 이유는 없다. 필요하다면 난민 인정 이전이라도 임시적인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실상은 어떤가. 이제까지 난민으로 인정된 14명에게 물어 보자. 위와 같은 보호를 받은 바가 있느냐고. 현재 난민 보호의 내용은 대한민국에서 쫓아내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거의 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다. 하루빨리 난민들에게 의식주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진 빚 이젠 갚을때▼

반세기 전 대한의 독립을 위해 만주 벌판이나 미주 및 유럽 등지에서 활동한 선열들 대부분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난민들이었다. 그뿐인가. 지난날 독재정권에서 신음하던 우리 국민 중 일부는 미국 유럽 등지로 나가 난민이 되었다. 지금은 이들이 다시 고국에 돌아와 자유를 만끽하지만 만일 이들에게 그들 나라가 난민의 지위를 주지 않았다면 과연 이들이 오늘날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그런 것을 생각할 때 난민은 남의 나라만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 이제 우리도 갚아야 할 때가 왔다. 어느 난민이 ‘나는 서울의 택시 운전사’라는 책을 그의 고국에서 낼 수 있도록 우리도 우리 땅에 와서 외롭게 투쟁하는 망명객들을 도울 때가 왔다는 말이다.

박찬운 변호사·민변 난민법률지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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