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문사委 위원장 발언 문제 있다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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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 위원회 결정에 대한 비판을 ‘보수우익의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했다고 한다. 얼마 전 간첩 빨치산 출신 비전향장기수 3명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한 의문사위의 결정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민족 반역의 사대주의자는 아무리 발광해도 대세를 거꾸로 돌릴 수 없다” “군사정권에 편승해 단물을 빨아 먹은 사람들이 개혁을 저지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 직속기구 책임자의 이분법적 사회 인식과 상대에 대한 적의(敵意)가 놀라울 따름이다.

어떤 명분을 둘러대도 간첩이나 빨치산 출신은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를 정면으로 부인했던 사람들이다. 아무리 결과적이라고 한들 이들의 투쟁이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같은 국가기구인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부인하고 국가 안전을 위협한 사람들을 반(反)민주악법의 폐지를 주장했다고 해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이런 마당에 의문사위의 잘못을 비판했다고 ‘마녀사냥’이라고 해서야 되겠는가.

의문사위는 그동안에도 간첩 혐의 복역자를 조사관으로 채용해 군 장성을 조사케 하거나 직원들이 대통령 탄핵반대 성명을 내는 등 사회 정서나 법적인 면에서 부적절한 행태를 보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들은 옳은 데 외부의 반개혁 세력이 시비를 걸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독선(獨善)이 아닐 수 없다.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원혼(寃魂)을 달래기 위해서도 의문사위의 한시적인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무리수가 없이 활동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자면 위원장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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