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광현]간판만 바꾼 ‘행정수도 후속 대책위’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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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그 얼굴, 조직도 그 조직, 추진 방식도 그 방식이네요.”

정부가 15일 국무총리 산하에 ‘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 대책위원회(대책위)’를 설치한다는 대통령 훈령을 내놓자 한 경제전문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정부측에서는 이해찬(李海瓚) 총리가 맡기로 했다. 민간측 위원장은 최병선(崔秉瑄) 경원대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와 최 교수는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자동 해체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추진위)’의 공동위원장.

대책위 위원은 역시 추진위 위원들이 그대로 옮겨 올 것으로 보인다. 장관 등 정부측 인사는 물론 민간인 위원도 추진위 당시 위원들을 가급적 다시 위촉한다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심의결정기구와 실무지원기구로 이뤄진 ‘대책위-기획단’이라는 조직체계도 ‘추진위-추진단’과 다를 게 없다.

정부 대변인인 정순균(鄭順均) 국정홍보처장은 또 “공청회 세미나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인터넷을 통한 여론수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매번 청중에게서 ‘의견수렴의 장’이 아니라 ‘정부정책 홍보마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 지난번 추진위의 전국 순회공청회와 얼마나 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같은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일한다면 아무래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위헌결정을 받은 방안을 추진했던 사람과 조직이 아닌가.

수도 이전 대안과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강경 발언’도 전체 국민 여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청와대와 국회 사법부를 제외하고 옮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옮길 것을 내비친 이부영(李富榮) 열린우리당 의장의 발언도 한 예다. 심지어 여권에서는 헌재 결정이 ‘사법 쿠테타’라는 폭언까지 나왔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첫 번째는 희극으로, 두 번째는 비극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첫 번째 수도 이전 계획 무산과정에서 이미 웃어넘길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예산과 유무형의 국가적 비용이 들어갔다.두번째는 또 어떤 ‘비용’과 ‘희생’이 따를지 걱정스럽다.

김광현 경제부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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