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구섭]‘대체전력’확보 서두르자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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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미국이 1만2500명의 주한미군을 2005년 5월까지 철수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한 뒤 약 4개월 만에 한미 양측의 협의에 의한 최종 감축안이 발표됐다. 1단계로 미 2여단 전투단과 일부 전투부대 및 군사임무전환 관련부대 등 5000명을 2004년 말까지 감축하고 2, 3, 4단계로 나누어 2008년까지 나머지 7500명을 감군키로 했다. 양국의 공동발표 내용에 따르면 한미 양측은 당초 미국이 제시한 철수 규모를 유지하되, 철수 시기를 3년 정도 연장키로 했다. 철수 방법 면에서도 일시 철수가 아니라 단계적 철수로 결론이 났다.

▼미군철수 3년연장 잘 활용해야▼

철수 규모 면에서는 미국측 입장이, 시기 문제에서는 한국측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세 차례에 걸친 협상 과정에서 한국측은 감축계획이 대북 군사억제력의 약화 또는 공백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한국민의 우려를 충분히 감안해 대북억제 긴요 전력의 감축 최소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한국측의 입장을 반영해 북한군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다연장로켓(MLRS) 2개 대대와 대포병레이더(ANTPQ) 및 아파치헬기부대의 철수 계획이 유보됐다.

미국의 감축초안 내용에 비해 한미 합의를 거쳐 마련된 최종안은 우리 안보현실을 고려할 때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첫째, 감축에 따른 대체전력을 건설할 시간을 추가적으로 확보했다. 대체전력 건설에서 3년은 적지 않은 시간이다. 추가적으로 확보한 3년은 감축과 관련한 안보적 공백, 안보불안심리를 극복하는 데에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절차 면에서 동맹국간 협의 절차를 공개적으로 거쳤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미국이 계획을 수립 통고 집행하는 일방적 절차 대신에, 제안하고 협의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것은 한미군사동맹의 미래를 위해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셋째, 한미동맹에 대한 북한의 오판 및 국내 일부의 부정적 평가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이 일방적 감축안을 발표했을 때 한미동맹의 갈등조짐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는 측면이 있었다. 협상 결과 그러한 우려는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협상 결과 발표 이후 우리 정부는 향후 미국측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주한미군의 전력현대화 계획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한편, 자주국방 추진계획에 따른 전력증강계획을 빈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올바른 방향이다. 미군이 향후 110억달러를 들여 주한미군의 전력을 증강하겠다는 계획에 우리측 입장을 반영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미군의 전력증강 프로그램을 면밀히 확인하고, 우리측 입장을 간단없이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미군의 감축전력을 대체할 우리 자신의 군사력 건설계획을 치밀하게 추진할 필요도 있다.

잔류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유지, 강화하는 것은 어떻든 미국의 몫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감축협상 이후 우리 스스로 대체전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추가적으로 확보한 3년여의 시간을 활용해 대북군사 태세를 중심으로 한 안보 태세를 더욱 공고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규모가 축소된 미군과의 안보 및 군사협력 태세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안보 부담금 국민적 합의 필요▼

이러한 안보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우리 안보에 대해 우리가 책임지는 부분이 당연히 늘어난다. 이는 총량적으로 국방비가 늘어난다는 의미이고, 국민 각자가 부담해야 할 국방 관련 조세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한미군 감축 계획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안보적 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구섭 국방연구원 부원장·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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