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 위협 실체부터 규명하라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24분


코멘트
일부 국회의원의 국가안보 관련 발언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시작한 공방이 엉뚱한 대결로 변질됐다. 문제의 본질인 북한의 위협 여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정쟁(政爭)만 격화되고 있다. 자칫하면 안보현실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야의 이성 잃은 충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은 비록 최악의 상황이라 하더라도 ‘한국군 단독으로 북한의 침략을 막을 경우 16일 만에 수도권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라면 국민을 대신해서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철저히 따지는 것이 정상이다. 안보 위협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에 비하면 여당이 주장하는 국가기밀 누설이나 야당이 내세우는 국민의 알 권리는 부차적인 논란에 불과하다.

북한이 휴전선 부근에 배치한 장사정포는 현실적인 위협이다. 정부가 왜 미국이 철수하려던 다연장로켓부대와 대(對)포병 레이더의 전방 잔류를 관철했는가. 정부 스스로 한국군 단독으로는 대비하기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박진 의원이 공개한 시나리오도 국가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작성했다. 군사기밀까지 누설하며 위협을 과장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위험한지, 대비책은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이 국회의 의무다. 그래야 대책 마련을 위해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야당 의원 공격에 몰두하는 대신 국가와 국민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안보 위협을 제기한 야당 의원을 ‘스파이’라는 말까지 동원해 비난하는 정당을 누가 집권 여당답다고 하겠는가.

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바로 정책 국감이다. 여야는 속 보이는 정쟁을 당장 중단하고 안보위협의 실체 규명에 매달리기 바란다. 박 의원의 발언이 국가기밀을 누설한 것인지,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지는 관련법에 따라 가리면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