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주회사 조기출범 LG화학 노기호사장 “대륙을 품안에”

  • 입력 2004년 9월 19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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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있을 때 벌어야 하며 중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노기호 LG화학 사장. 그는 최근 중국 지주회사를 조기 출범시키기로 결정하는 등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진제공 LG화학
“기회가 있을 때 벌어야 하며 중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노기호 LG화학 사장. 그는 최근 중국 지주회사를 조기 출범시키기로 결정하는 등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진제공 LG화학
중국 지주회사 조기 출범, 플라스마디스플레이 패널(PDP) 필터 세계시장 공략, 리튬폴리머 2차 연료전지 개발 프로젝트 수주….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바짝 얼어붙은 가운데 LG화학의 최근 행보가 남다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노기호(盧岐鎬·57) LG화학 사장을 최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내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노 사장은 ‘소리 없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리적이면서도 신중하지만 일단 결정되면 단호한 추진력을 보이는 업무 스타일 때문이다.

중국 얘기부터 던졌다. 그는 “중국 사업은 기회가 있을 때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자체 생산으로도 부족한 품목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 시장성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LG화학이 최근 중국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법인 형태의 사업체제는 초창기를 지나면 현지에서 판매 활동 등을 하는데 제약이 많다. 지주회사 출범을 서두른 것은 그 때문이다. 또 앞으로 재무, 마케팅, 공장장 등 중국법인 내 주요 포스트 책임자는 3년 내에 모두 중국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투자를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노 사장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중국에서 중소기업은 버티기 어렵다. 지방정부에서 (기술이전 등) 단물을 빼먹으면 나중에 괄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것으로 봐도 된다.”

최근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인재경영’으로 화제를 돌렸다.

노 사장은 일화부터 소개했다. “내가 LG화학 사장으로 부임할 때 구본무(具本茂) 회장이 ‘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생각인지 한 마디로 말해보라’고 했다. 나는 ‘우리 회사를 인재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직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재는 회사에 이익을 안겨 주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능한 유학파도 회사에 이득이 안 되면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취임 이후 4년. LG화학은 ‘인재가 뛰놀 수 있는’ 직장이 됐을까. 그는 “아직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우리의 문화적 역량이 부족해서 그렇다. 인재를 존중하지 않는 평등주의 문화가 가장 큰 문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문화 속에서는 인재경영이 어렵다. 영어 구사력 등 세계화의 바탕이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다.”

최근 들어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대해 노 사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세상이 바뀌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1960, 70년대에는 정부가 한 회사에 한 업종씩 인정해줬고 정부의 보호 아래 사실상 독점체제로 경영을 했다.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다.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것저것 재지 않을 수 없다. 무턱대고 과거의 기업가 정신이 없어졌다고 하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

중국의 도전 속에 LG화학은 10년 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범용 제품은 중국 등 내수시장이 있는 지역에서 생산할 것이다. 반면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은 기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내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노 사장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같은 이공계 출신 선배로서 당부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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