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중용의 정치’… “중용은 사고의 원칙과 방법”

  • 입력 2004년 9월 10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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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정치/최상용 지음/504쪽 2만5000원 나남출판

“동양과 서양의 공통된 중용 개념은 ‘과불급(過不及)’이 없는 상태입니다. 인간이기에 지나치거나 모자랄 수 있지만 양극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능성에 착안하는 것은 동서양 모두 같더군요.”

2000년부터 2년간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는 30여년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강의하다 이들의 사상이 중국 고전 ‘중용(中庸)’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왜 지금 중용일까.

“냉전은 전형적인 중용의 일탈입니다. 극도의 이분법적 사고이지요. 그러나 이제 냉전이 무너진 만큼 중용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 교수가 생각하는 중용은 산술적 중간이 아니다. 그것은 중도일 뿐이다.

“중용은 고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상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현실적입니다. 현실의 조건을 감안해 ‘가능한 최선(best possible)’을 찾는 것이지요. 악조건으로 가득 찼다면 ‘차악(lesser evil)’이 중용일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양극 중 어느 한 극의 바로 옆이 중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 교수는 중용을 “동태적 균형, 건설적 타협, 창조적 절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중용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지도자의 리더십을 들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세력들을 타협을 통해 통합시키는 힘, 중용적 구상력이 지도자의 덕목이라는 것이다.

힘의 우열이 명확히 드러나는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중용이 가능할 것인가.

“중용은 국가간 외교에도 적절히 응용될 수 있습니다. 먼저 개별 국익에 대한 상호 존중과 상호 인정이 전제돼야지요. 그러나 엄존하는 현실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비대칭적 관계일 수밖에 없어요. 비대칭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그걸 도덕적으로 평가해서는 외교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중용이 결코 유토피아는 아니라고 말했다. 중용은 목표가 아니라 사고의 원칙이며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중용의 정치’는 동서양의 중용사상에 대한 논문 2편과 최 교수가 과거 언론에 썼던 칼럼,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 전 총리 등 주요 인물들과 나눈 대담을 주제별로 묶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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