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호원/또 하나의 숙제 ‘미군 개편안’

  • 입력 2004년 8월 22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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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20일 제11차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에서 주한미군 1만2500명의 감축 일정을 당초 2005년 말에서 2년 이상 늦춘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안광찬(安光瓚) 국방부 정책실장은 “회의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자평과 달리, 정작 이번 회의에서는 한반도에 계속 남아 대북 억지 임무를 수행할 잔류 미군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주한미군측은 20일 FOTA 회의에 관한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에 잔류할 미 2사단 1여단이 새로운 전투단위인 ‘행동부대(Unit of Action)’로 바뀔 것이며, 앞으로 2사단이 아닌 미 8군의 지휘를 받을 것이라고 한국 언론에 밝혔다.

또 2사단 사령부는 ‘운용부대 엑스(Unit of Employment x)’로 변환돼 유사시 한반도에 출동할 몇 개의 UA를 지휘 통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군과 합동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한국군의 사단 전력 개편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국방부 고위관계자들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므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문제는 잔류 미군의 변환문제가 소극적으로 대처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미국이 전시 작전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새롭게 변화된 미군과 ‘손발’을 맞추지 못한다면 오히려 한미연합작전 수행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형편이다.

한미연합군의 대북억지력은 한국군이 이 같은 미군 개편안을 얼마나 이해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잔류 미군의 변화에 대해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도 “한미연합작전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한국군이 미군 개편안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뿐 아니라 미군도 한국군의 미래 보병사단 개편안 등을 이해해야 하는 데 이런 ‘손발 맞추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방부가 감축일정 연기라는 성과에 만족하기에는 아직은 때 이르다는 생각이다.

최호원 정치부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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