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영찬/군부독재시절 거치면 문제?

  • 입력 2004년 7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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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군부독재 시절 ‘국민학교’와 중고교 대학교를 모두 다녔다. 국민학교(초등학교) 때는 ‘국민교육 헌장’을 누가 더 잘 외는지 친구들과 내기를 했다. 중학교 때는 운동장에서 뛰어 놀다가도 국기하강식이 있으면 부동자세로 경례를 했다. 고등학교 때는 목총을 들고 교련 수업도 받았다.

‘386 세대’, 그 이전의 ‘유신 세대’할 것 없이 모두 군부독재 시절에 컸다.

열린우리당 김희선(金希宣) 의원이 19일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보고누락 논란과 관련해 군 지휘부를 거세게 비난했다. 그는 “현재 군을 장악하고 있는 준장, 소장, 중장은 군부독재 시절 키워 온 지도력을 갖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이번 사건과 연관된 특정 군 인사들이 아닌 군 지휘관 대다수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정오(正誤)의 판단이 쉽지 않은 ‘지도력’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자신의 선입견으로 재단했다는 점도 경솔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발 더 나가 김 의원은 이를 ‘대통령의 지도력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까지 비약했다. 섣부르게 개혁을 주창하면서 과거를 부정하는 것에도 넘지 말아야할 선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 의원의 말대로라면 1970, 80년대 공무원으로 발을 디딘 참여정부 대부분의 고위관료들도 ‘군부독재 시절 키워 온 지도력’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당내 가장 개혁적인 입장에 서 있는 모 의원은 공화당 공채출신이고, 모 의원은 그 시절 소대장으로 전선을 지켰다.

그래서인지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비판이 무성했다. 한 의원은 “군인들로서는 ‘여당 의원들의 시각이 이런 것인가’라고 오해하고 굉장히 기분 나빠할 것”이라며 혀를 찼다.

김 의원은 20일 “내가 군의 계급을 잘 모르지 않느냐”고 엉뚱하게 해명하며 한발 물러섰다. 반면 국방장관 출신인 같은 당 조성태(趙成台) 의원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 의원은 ‘침묵은 금’이라는 경구를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모른다면 더더욱 그렇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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