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문학예술]‘에러곤’…‘용을 탄 소년’ 제국을 구하

  • 입력 2004년 7월 2일 17시 28분


코멘트
◇에러곤 상, 하/크리스토퍼 파올리니 지음/629쪽 각 권 9000원 청미래

때는 중세. 장소는 가상 제국인 알러게이지어.

외삼촌과 살고 있는 15세 소년 에러곤은 우연히 푸른 돌을 줍는다. 푸른 돌은 실은 제국에 단 세 개밖에 남지 않은 용의 알 중 하나였다. 알을 깨고 나온 용과 텔레파시로 교감할 수 있는 에러곤은 용에게 ‘사피어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어느 날 외삼촌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에게 죽음을 당하고 에러곤은 브롬이라는 노인으로부터 불을 내뿜는 용을 타고 싸우는 전설적인 ‘드래건 라이더(Dragon Rider)’의 이야기를 듣는다. 에러곤은 마법과 검술을 익히면서 제국을 구할 드래건 라이더로서의 모습을 서서히 갖춰간다….

에러곤은 ‘10대가 쓴 메가톤급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3부작 판타지 소설 ‘유산’의 제1권이다. 2003년 8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6개월 만에 100만부가 넘게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영화사 20세기폭스의 계열사인 폭스2000과 영화화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 소설은 J R R 톨킨의 3부작 ‘반지의 제왕’과 영화 ‘스타워즈’를 섞어 놓은 듯하다. 특히 톨킨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자타가 인정할 정도로 이 작품은 ‘반지의 제왕’을 떠올릴 만한 부분이 많다. 3부작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은 차치하고도 ‘엘프’ ‘난쟁이’ ‘어걸’ 등의 종족이 등장한다거나 이들이 사용하는 새로운 언어를 등장시킨 것이 그렇다. 때문에 이 소설을 혹평하는 이들은 “반지의 제왕을 흉내 낸 깊이 없는 오락물”이라고 깎아내리지만 소설의 팬들은 “종족과 언어는 반지의 제왕과 비슷하지만 스토리는 전혀 다르며 흥미진진하다”고 열광한다.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외삼촌을 잃은 뒤 제국을 지키는 드래건 라이더가 되기 위해 검술을 연마한다는 점은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와 제다이를 떠올리게 한다. 또 드래건 라이더 출신으로 ‘어두운 비법’을 익혀 제국을 거머쥔 갈버토릭스 왕의 이미지는 얼핏 ‘다스 베이더’를 연상케 한다. 브롬 역시 ‘스타워즈’의 오비완 케노비나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를 섞은 듯한 인물이다.

자신의 운명을 모르던 평범한 고아가 악의 무리와 싸우는 영웅으로 변모하는 캐릭터는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등을 통해 독자(관객)에게는 이미 친숙한 ‘흥행 공식’. 저자인 파올리니는 15세 때 이 소설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해 19세에 3부작 중 제1권을 마쳤다. 소설에 등장하는 ‘실븐(겁쟁이들)’과 같은 난쟁이 언어와 ‘우슈나크(아버지)’ 등의 어걸 언어는 모두 파올리니가 지어냈다. 요정의 언어는 고대 아이슬란드어에 기초한 것.

파올리니는 15세 이후 집에서 독학(獨學)을 했고 대학에는 가지 않았다. 자신의 성공 이유를 “학교에 가지 않고 ‘홈 스쿨링(Home Schooling)’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이후 그는 수많은 독학 아동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현재 그는 미국 몬태나주에서 2005년 출간을 목표로 제2권인 ‘엘디스트(Eldest)’를 집필 중이다.43주째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이 책은 현재 아동도서 부문에서 ‘해리포터-불사조 기사단’을 누르고 1위에 올라있다. ‘아동 도서’로 분류돼 있지만 초등학생보다는 중고교생 이상의 연령층에게 권할 만하다. 원작 ‘Eragon:Inheritance 1’(2003년)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