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은우/‘경제’는 빠진 수도이전 공청회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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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를 조성하는 데 40조∼50조원이 아니라 100조원이 들어도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시중의 부동(浮動) 자금이 400조원에 이르는데 이 돈의 일부를 끌어들이면 된다.”(A교수)

“민간에 개발을 맡기지 말고 정부가 땅을 소유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22조4000억원 정도다. 강남 아파트 값이 수십조원인데….”(B교수)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행정수도 건설기본계획에 대한 2차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은 이 같은 주장을 했다.

새로운 수도 건립 재원과 관련해 A교수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자고 주장했고 B교수는 정부가 개발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한 셈이다.

반면 공통점도 있다. 수십조원의 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장성수 연구실장은 “부동 자금을 끌어들이려면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자본에 엄청난 이익을 줘야 한다”며 “이는 신행정수도를 투기판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안재욱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억지로 민간 투자를 유도한다면 자본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장 연구실장은 “토론자들이 돈의 속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재원 조달은 수도 이전의 관건이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서 경제 분야에 대한 토론은 부족했다.

서울 소재 K대의 한 교수(경제학)는 “건축, 행정, 환경 분야 전문가들만 모여서 토론이 진행됐다”며 “경제 전문가는 불러 주지도 않고,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청회가 열린 23일 한 부동산정보업체는 수도 이전 후보지에 포함된 충남 연기군의 아파트 값이 일주일 새 2% 급등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과 경제 주체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 준다. 그런데도 신행정수도 관련 공청회에서 경제학자나 경제인이 배제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장과 자본이 정부 뜻대로 움직여 줄 것이라는 생각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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