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해수부 동해어업지도사무소 무궁화16호 배익구 선장

  • 입력 2004년 6월 22일 18시 14분


코멘트
일년 중 절반을 바다에서 지내며 불법어로를 단속하고 있는 배익구 선장은 “요즘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불법어로가 부쩍 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부산=최재호기자
일년 중 절반을 바다에서 지내며 불법어로를 단속하고 있는 배익구 선장은 “요즘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불법어로가 부쩍 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부산=최재호기자
배익구(裵翊九·52) 선장은 1년 중 반은 바다에 사는 ‘바다지킴이’다. 1981년부터 어업지도선을 타기 시작해 23년 동안 우리 영해를 순회하며 불법어로 단속 등의 일을 하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 동해어업지도사무소 소속 무궁화 16호의 선장으로, ‘캡틴’ 경력만 18년인 이 분야의 최고 베테랑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불법어로가 부쩍 늘면서 그 행태도 날로 지능화 흉포화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전에는 불법어로를 단속하면 ‘한번만 봐 달라’며 사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단속을 위해 어선으로 옮겨 탄 요원을 태운 채 도주하거나 흉기를 휘두르며 대항하는 등 난폭해져 생명에 위협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몇 년 전 동료 단속요원이 우리나라 불법어로 선박에 승선하던 중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진 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500t급 무궁화 16호는 고성능 레이더와 위성항법장치(GPS), 위성전화, 보트, 야간감시카메라, 가스총, 전자충격기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힘이 부칠 때가 많다. 특히 불쑥불쑥 영해를 침범해 오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가 가장 힘들다.

“최근 일부 중국 어선은 낮에는 자기네 조업구역에서 고기를 잡다가 밤이 되면 우리 조업구역을 침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어선들은 기동력이 뛰어나 단속하려고 접근하면 재빨리 도망가 버려 허탕치기 일쑤죠.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의식하다 보니 끝까지 추격하지도 못하고….”

어업지도선의 주 임무가 불법어로 단속이지만 유류나 약품, 물의 ‘보급’ 등 바다 위의 대 어민 지원과 조난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대민 서비스와 계도활동을 통해 의식 변화를 유도하지 않으면 불법어로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바다 생물자원이라고 해서 무한한 것이 아닙니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바다도 죽고, 결국 사람도 못 살게 되죠. 바다를 지키고 법을 지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입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