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동학1: 수운의 삶과 생각’…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 입력 2004년 6월 18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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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1: 수운의 삶과 생각/표영삼 지음/400쪽 1만5000원 통나무

최근의 웰빙 바람은 ‘지금까지 우리가 삶에서 추구했던 가치와 그에 따른 삶의 양식이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가’라는 반성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인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과연 어떤 삶의 양식일까? 인류 전체의 행복을 위한 보편적 삶의 양식은 존재하는가?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는 그런 새로운 삶의 틀을 ‘다시 개벽’이라고 불렀다. 예로부터 동학은 ‘믿는다’라고 하지 않고 ‘동학을 한다’라고 표현했다. 이는 동학을, 하나의 신앙 대상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나 어떤 신념체계에 대한 헌신을 넘어서, 인간 삶을 근원에서부터 다시 사유함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려는 ‘운동’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팔십 평생을 동학 연구에 몸 바쳐 온 원로 사학자가 방대한 1차 자료를 토대로 동학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 것이다. 3부작의 첫 권인 이 책에서 저자는 수운과 해월 최시형(海月 崔時亨)의 모든 자취를 맨발로 뛰어다니며 추적해 그들의 인간적 면모를 생생히 드러냈다. 1권에서는 수운 사후 1871년에 벌어진 1차 교조신원운동까지 다뤘고, 2∼3권에서는 그 이후의 동학을 다루게 된다.

저자는 수운이 사용한 ‘다시 개벽’을 ‘새로운 삶의 틀이 열렸음’으로 해석한다. 지금까지의 삶의 틀이 이제 해체기를 맞아 모순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니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삶의 틀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다시 개벽’은 초월적인 어떤 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선택한 이상을 인간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삶의 틀을 변혁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생각하는 틀’이다. 따라서 수운의 구도생활은 이 새로운 ‘생각하는 틀’의 씨앗(道)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그 씨앗의 핵심은 ‘한울님’에 있었다.

수운은 ‘한울님’을, 세계를 만들어 놓고 초월해 있는 존재가 아니라 생성변화의 과정에 있는 존재라고 파악했다. 그리고 그 신은 천상(天上)에 있는 분이 아니라 내 몸 안에 모셔져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한울님’을 모신 거룩하고 존엄한 존재다. 여기서 ‘사인여천(事人如天)’, 즉 ‘사람 섬기기를 한울님 섬기듯이 하라’는 사유가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내재적 신 관념은 세계를 감성계와 초감성계로 나누는 수직적이고 이원론적인 관점을 거부하고 ‘지금 여기’를 중시하는 수평적 민본주의의 세계를 열었다.

저자는 “모든 사람이 한울님처럼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동학의 꿈”이라고 말한다. 동학이 그토록 끈질긴 생명력을 갖게 된 것은 동학의 꿈이 모든 사람들이 지향하는 꿈과 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개벽’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 꿈일지라도 ‘동학함’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김용휘 용인대 강사·동양철학 not-tw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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