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밥이 보약’

  • 입력 2004년 6월 18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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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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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최준식 정혜경 지음/349쪽 1만5000원 휴머니스트

우리가 즐겨 먹는 배추김치는 언제 만들어지기 시작했을까? 고추가 전래되기 전부터일까? 답은 ‘아니다’. 불과 100년 전쯤, 중국의 산둥(山東) 배추를 왕십리에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불고기는 언제 먹기 시작했을까? 답은 ‘삼국시대’. 중국 진(晉·265∼316)시대의 기록에 ‘이민족의 음식인 맥적(貊炙)을 지나치게들 즐긴다’라는 구절이 있다. 맥적은 중국식 고기 요리와 달리 미리 양념을 해서 구운 고기를 말한다.

한국인은 우리 음식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게 적다.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 음식을 역사 속에서 보고 나름대로의 원리를 정리하고자’ 전통음식 학자인 정혜경 호서대 교수를 만났다. 여러 차례의 대담, 동료 학자들과의 세미나 결과를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두 사람이 본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는 무엇보다도 식약동원(食藥同源)의 건강문화다. 정리를 맡은 최 교수가 건전한 견제자로서 ‘지나친 국수주의적 시각의 해석 아니냐’며 딴죽걸기를 그치지 않지만, 과학적 데이터에 따른 결과는 확고하다. 1977년 미국 상원의 영양문제 특별위원회가 미국인의 일반식사에 대해 △총 칼로리 중 전분질의 양을 55% 이상 높이고 △지방의 양은 30%로 낮추며 △설탕 소비량을 15% 수준으로 내리라는 권고를 했다. 한국형 전통 식사는 이 기준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양식 코스요리의 ‘시간전개형’이 아니라 상에 여러 반찬을 차리는 ‘평면전개형’ 식사 습관도 한식을 건강식으로 만드는 데 한몫을 했다. 동물성 포화지방은 식으면 굳어 버리므로 참기름 들기름 등 식물성 불포화지방을 즐겨 썼고, 이 때문에 한국음식은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진 ‘지중해식 식사’와 영양학적으로 비슷하면서 지방질은 더 적다는 분석이다.

물론 ‘건강’만이 한국음식의 자랑은 아니다. 서양의 체리가 따라올 수 없이 맑고 투명한 ‘앵두편’, ‘꽃밥’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비빔밥의 문화론도 빠지지 않는다. 준비하는 데 품이 많이 들어 사라져 가는 ‘두부전골’ 등 전통 양반가 음식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일본 간장의 범람이 우리의 전통적 미각을 왜곡하고 있는데 대한 서운함도 곁들여진다. 장(醬) 문화가 고구려에서 시작돼 중국 일본으로 퍼졌으며, 고려시대에는 장을 오늘날 일본처럼 ‘미소’라고 불렀다는 사실도 눈을 크게 뜨도록 만든다.

두 학자는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조리 방법과 단위를 표준화할 것 △퓨전 요리를 다양하게 개발할 것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음식을 개발해 집에서 쉽게 데워 먹을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권한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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