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空約 덮기 위한 ‘원가연동’ 문제 있다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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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총선 공약(公約)인 ‘주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장기과제로 넘겨 사실상 포기했다. 그 대신 전용면적 25.7평 이하 소형 주공아파트에 대해 정부가 정하는 땅값에 표준건축비를 더해서 분양가를 정하는 원가연동제를 추진키로 했다. 또 중대형 아파트용 공공택지 공급방식을 추첨제에서 채권입찰제로 바꾸는 안을 제시했다.

주공은 임대주택 건립과 지방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수도권사업의 수익으로 메우고 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수도권 수요자들의 분양가 인하요구가 거세질 것이고, 이를 받아들이면 임대주택과 지방아파트 공급에 어려움이 생긴다. 이런 문제가 예상되는데도 공약을 내건 것 자체가 무책임했다.

여당이 뒤늦게나마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공약이 잘못됐음을 밝히고 사과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공약 파기’라는 비판을 피하려고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는 방안을 대안이라고 내놓는 미봉책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원가연동제는 일시적으로 분양가를 떨어뜨리겠지만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와 부실공사를 조장하고 소형아파트 공급을 위축시킬 우려가 많다. 또 채권입찰제는 건설사의 과다이윤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를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마땅히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비교해 신중을 기할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주택거래허가제 등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거의 마비되는 등 부동산경기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다. 신규사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주택업체가 속출하고 올 1∼4월 주택건설실적은 1년 전보다 40%나 줄었다. 잘못된 정책으로 부동산시장 자체를 죽여 버리면 은행대출만 해도 150조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이 무더기로 부실화할 위험이 있다. 그 파장까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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