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살리기’ 협력하고 경쟁하라

  • 입력 2004년 4월 16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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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여당이라서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어려움이 많다던 열린우리당은 국회 의석 과반수를 확보했다. 한나라당은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해 의석 40%의 제1야당으로 기사회생했다. 서민과 약자에게 행복의 문을 열어주겠다고 한 민주노동당은 첫 원내 진출과 함께 일약 제3당이 됐다. 세 당은 이제 행동으로 국민에 답해야 한다.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돼온 정치의 혼란부터 끝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선순환의 계기를 잡기 힘든 구조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그 효과로 분배를 개선해 대다수 국민의 삶을 선진화하며, 국가경쟁력을 강화해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 경제의 선순환이다. 그러나 현실은 악순환의 조건들에 짓눌려 있다.

수출은 호조지만 그러고도 지난해 성장은 겨우 3%에 턱걸이했다. 투자와 소비가 오히려 위축됨으로써 당장은 물론이고 중장기적 성장잠재력까지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다. 일자리는 만들지 못하고,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는 급증하고, 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물고 물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물가 불안까지 겹쳐 실질소득 감소, 구매력 저하의 악순환 고리로 연결된다. 부동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흡수할 투자유인(誘因)이 없으니 투기 열풍을 꺾을 수 없다. 결국 경제적 약자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경제 현실을 ‘모든 걸 잘되게 해 주겠다’는 식의 공허한 선거공약으로 해결하겠다면 기만이거나 착각이다. 구체적이고 유효한 재정 대책도 없이, 또는 악순환 고리의 한 부분만 억지로 끊기 위해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면서 무리를 하면 상황이 더 나빠진다. 비현실적 공약과 지지의 대가를 바라는 유권자 심리가 경제 악순환을 부채질하지 않도록 ‘공약의 거품’부터 빼야할 형편이다.

무엇보다 ‘돈은 이익을 좇는다’는 시장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해외보다 국내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주면 기업들은 자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이 딴 나라보다 안심하고 투자할 만한 곳으로 변하면 외국자본도 한국을 찾아올 것이다. 그 결과로 국내 일자리가 더 늘고 소비도 살아날 것이다. 수출, 투자, 소비 등이 함께 성장을 견인하게 되면 경제가 선순환 궤도에 오를 수 있다.

반(反)기업 정서로 기업가정신을 죽이고, 법을 벗어난 집단행동과 떼쓰기로 분배 확대만 요구하며, 부담은 나누지 않으면서 무조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라고 외치는 등의 행태로는 경제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각 정당은 경제 살리기의 목적과 수단에 대한 균형 잡힌 판단 위에서 정합성 있는 정책들을 개발하고 합의점을 찾아내 신속하게 실행되도록 협력해야 한다.

각 당의 이념 편차와 경제관 차이 등에 따라 해법이 상반될 때는 구체적 수단을 포함한 정책 대안을 놓고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벌여 ‘편익과 비용’을 국민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곳곳이 ‘지뢰밭’인 경제를 선거 판에서 바람몰이 하듯이 포퓰리즘적 접근으로 다룬다면 살리기는커녕 망치는 과오를 저지를 것임을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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