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김창원/시티파크의경제학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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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다 촛불집회다 정국이 하수상해도 돈 냄새를 좇는 인간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며칠 전 서울 용산구에 분양한 주상복합 ‘시티파크’에 20만명이 몰려 7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청약금이 쌓였다고 하니 말이죠.

시티파크가 이틀간 분양을 하는 동안 전직 부동산 기자였다는 이유만으로 황당한 부탁을 수차례 받기도 했습니다.

“은행 지점마다 번호표가 동나 청약을 할 수 없으니 청약기회라도 갖게 해달라”는 ‘읍소형’부터 “부동산업자들도 많이 알 텐데 당첨되는 ‘비법’을 알려 달라”는 세상물정 모르는 민원까지 말입니다.

우습기도 하고 의문스럽기도 한 점은 금융상품을 팔아야 하는 은행 재테크 전문가들도 청약열풍에 가담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재테크의 귀재’이기에 시티파크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약금 3000만원의 비용과 편익을 따져보면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시티파크의 초기 프리미엄이 최소 1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3000만원을 마이너스 통장에서 일주일 동안 대출받는다면 연 10%의 금리를 적용한다고 해도 이자는 6만원이 채 안됩니다. 당첨 후 전매를 하면 결국 6만원으로 7000만원을 버는 셈입니다. 이 정도 ‘대박’이라면 6만원의 기회비용은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 아닐까요.

3000만원 정도 융통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티파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습니다.

이를 두고 정부에서는 또 부동산 투기바람이 도졌다며 ‘세무조사’로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투기에 열 올리는 현상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열풍을 세무조사로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정부는 부동산에 몰리는 투자자들을 욕하기 전에 부동산 투자를 대체할 다른 건전한 재테크 수단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 방법은 ‘경제 살리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김창원 경제부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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