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8.3%인 30여만명이 치매를 앓는다. 생활수준 및 의료기술 향상과 함께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건 고맙지만 치매환자도 더불어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에선 85세 넘은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고 본다. 10년째 이 병을 앓고 있는 92세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걷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부부사랑이 유별났던 낸시 여사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고 했다지만 환자 못지않은 고통을 겪는 게 보통 사람이다. 둘 중 하나는 우울증에 걸리고 열 명 중 한 명은 다치거나 아프게 된다는 통계도 있다.
▷치매로 요양 중이던 어머니를 을숙도 광장 휴게소에 버린 40대 장남의 ‘현대판 고려장’은 많은 이를 우울하게 한다. 몸무게가 38kg밖에 안 되는 늙은 어머니였다. 보험금을 노린 살해 가능성도 있다지만 아들은 월 140만원의 급여로는 간병비와 치료비를 대기 힘들어 몹쓸 짓을 했다고 했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만 돼도 무료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나 그 기준을 35만원쯤 넘어서는 그는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효심만 가지고는 치매노인의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아기가 부모 되고 부모가 아기 된다’는 옛말에 의지하자면 거의 도 닦는 수준이 돼야 한다. 2007년부터 치매 등 노인성 질환자에게 간병과 치료비용을 80%까지 지원하는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된다니, 노부모를 모신 집에서는 그때까지만이라도 제발 발병하지 않기를 빌어야 할 것 같다. 그전에도 건망증이 심해지면 미리미리 진찰받아 가족 부담을 덜어 줘야 하는 건 물론이고.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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