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책의향기]‘실업사회’ 펴낸 사회학자 김만수씨

  • 입력 2004년 3월 5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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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일 기자 fuz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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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의 통계자료를 분석해 한국사회에 ‘실업률 증가경향의 법칙이 있다’는 주장을 펼친 저서 ‘실업사회’(갈무리)를 낸 사회학자 김만수씨(42·홍익대 강사).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라는 정치경제학의 이론이 한국사회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회계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검증한 것입니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란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전체 자본 중 임금으로 지출되는 자본의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정치경제학 연구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를 실증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혼자서 회계학을 공부했다. 그는 방대한 자료에 대한 분석을 통해 대기업의 자본구성 변화, 업종별 자본구성 및 취업자 수 변화 등을 밝혀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임금으로 지불되는 자본의 상대적 감소가 한국사회 실업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어 닥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현재의 높은 실업률의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독일 일본 등 자본주의 국가 전반의 문제입니다. 결국 ‘실업사회’가 도래했다는 것이지요.”

그는 실업사회를 “실업 자체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온갖 형태의 불완전취업자들이 다수를 이루는 사회”라고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실업사회에서는 사회의 소수만이 정규직에 취업하고 극소수만이 매우 높은 소득을 올린다.

그렇다면 실업사회를 타개할 대안은 무엇인가?

“실업이 법칙적으로 증가하게 돼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까지가 이번 책이 도달한 연구성과입니다. 삶의 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했으니 그 대안은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야겠지요. 예컨대 노동시간 축소, 최저임금제의 철저한 집행 등이 한 방안이 될 겁니다.”

김 박사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주고자 한 메시지는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책의 앞쪽은 보기만 해도 어지러울 듯한 통계숫자들로 가득 찼지만, 책의 뒷부분에는 인터넷 취업 관련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들이 정리돼 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의 생생한 글들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것만이 뜻있는 삶의 길이라는 사실을 전해주려 한 것이다.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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