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어 알아야 부모 노릇" 주부들 만학스트레스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영어를 잘해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에 엄마들도 영어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문화센터와 영어학원에서는 자녀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치려는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이 속속 개설되고 있다. 또 어린이 영어학원에는 수강생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주부반이 문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으로 유학 간 자녀의 학교에서 보내오는 가정통신문을 공부하기 위한 강좌까지 등장했다.》



○자녀의 초등 입학 이전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을 갖고 있는 엄마들은 자녀가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애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렇게 하기 위해선 엄마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어교육 정보사이트인 ‘쑥쑥닷컴’의 대표 서현주씨는 “영어동화책이나 CD롬 비디오테이프를 활용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자연스럽게 즐기며 덤으로 영어가 늘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쑥쑥닷컴이나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 같은 영어교육정보 사이트를 통해 경험담을 나누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좀처럼 느는 것 같지 않다는 것.



 여섯 살 날 딸을 둔 이정은씨(32·서울 양천구 신정동)는 기저귀를 갈아 채우면서부터 영어로 얘기를 해 주고 영어노래테이프와 비디오를 같이 보았다. 그러나 아이의 입은 꽉 다물어져 있다. 이씨는 “아이에게 영어를 얼마나 더 접하도록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곱 살 난 아들을 영어교실에 보내는 이현주씨(31·서울 구로구 고척동)는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씨는 “원어민 영어교사에게 영어로 물어볼 수 있으면 속 시원할 텐데 그렇지 못해 답답하다”며 “영어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녀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주부들을 위한 사설 영어교육연구소 ‘더 랩’의 홈스쿨링 전문가 과정 수강생들이다.



 영어교재전문회사 ‘수박영어’의 유수경 대표는 “아이와 어울려 공부하면서 서서히 엄마의 잠자는 영어실력을 깨우도록 해야 한다”며 “금방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녀의 초등 입학 이후



 아이가 유치원생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영어 한두 마디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주부들로서는 자녀를 직접 가르칠 수도 없고 자녀의 영어실력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



 맞벌이 주부 심모씨(35·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아이가 영어유치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다녀서인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니 한글보다 영어를 더 잘 쓴다”며 “하지만 숙제를 봐 주어야 하는데 시간도 없고 내가 그런 실력이 있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역시 마찬가지. 아이가 초등 고학년만 되면 갑자기 수준이 높아져 문법을 물어온다. “이런 경우 관사 ‘the’를 붙이는 거야 아니야”하고 물으면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주부들은 영어학원 정보에 열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영어공부에는 슬럼프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아이들이 영어공부를 힘들어할 때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엄마에게 전달된다.



 서강대 성북 SLP영어학당 정지선 원장은 “영어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절대학습량이 요구된다”며 “학원을 다니더라도 배운 것을 반복해 보는 가정학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원을 선택할 때는 집과의 거리와 시간대도 고려해야 하지만 프로그램과 강사의 질을 꼭 따져보라고 정 원장은 강조했다.







●자녀의 유학 이후



 아이를 유학 보냈다고 영어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다. 이민이나 자녀의 유학으로 영어로 쓰인 가정통신문을 받게 되는 주부들은 새로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런 주부들을 위해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무역점은 지난 학기부터 ‘미국학교 가정통신문으로 배우는 영어강좌’를 개설했다.



 이 문화센터 서성숙 과장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영미문화까지 배울 수 있다”며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좋아 다음 학기부터 다른 지점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꾸 영어를 피하려고 하면 스트레스가 되므로 아예 영어를 정복해 스트레스를 잡아보라고 권한다.



 올해 여름 남편의 해외연수를 앞두고 지난해 7월부터 캐나다어학원에 다니고 있는 이은정씨(35·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는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아듣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른다고 생각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특히 주부들은 무안당할까봐 말을 잘 하지 않아 실력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수박영어 유 대표는 “주부가 남편의 해외연수나 자녀의 어학연수에 동행해 영어권 나라에서 생활했어도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는 한 ‘이게 얼마냐’는 말밖에 모르고 돌아온다”며 “꾸준히 반복적으로 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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