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이광표/충무공동상 맘대로 옮겨?

  • 입력 2004년 2월 22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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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는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인근 광화문 앞 열린마당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내년 초 이순신 장군 동상을 열린마당으로 옮기고 대신 그 자리엔 횡단보도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논란과 함께 이런저런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전 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1968년 세워진 이래 36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서울의 상징물이 되었다.

그러한 상징물을 옮기는데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절차상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은 “1968년 동상 건립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여론수렴 과정도 없이 서울의 상징물을 옮긴다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종로를 사람 중심의 거리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동상 이전 후 그 자리에 횡단보도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세종로의 의미를 살려 세종대왕 동상을 옮겨올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했다.

동상 이전 예정 장소도 비판의 대상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광화문 열린마당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충무로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시민들은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지난주 문화재청에 제기했고 문화재청은 이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들은 “충무로는 인근 중구 인현동에서 이순신 장군이 태어났기 때문에 1946년 붙여진 이름”이라며 “충무로로 동상을 옮기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한 달간 시민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서울시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지 않고 동상 이전을 결정한 데서 비롯됐다.

한 시민은 이렇게 지적했다. “세종로를 인간 중심의 거리로 만든다면서 그곳에 쌓여 있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무시하려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요.”

이광표 사회2부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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