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희망을 …' 불평등 거래 깬 ‘희망의 세계화’

  • 입력 2004년 1월 30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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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거래한다/프란스 판 데어 호프, 니코 로전 지음 김영중 옮김/308쪽 1만2000원 서해문집

네덜란드 출신의 프란스 판 데어 호프 신부는 1980년 멕시코 남부의 산골 바랑카 콜로라다로 이사했다. 주민들과 어울려 닭을 치고 옥수수를 기르며 살던 그는 곧 지역 사정에 대해 알게 됐다.

바랑카 콜로라다를 비롯한 인근 산악 마을의 주 수입원은 커피 농사. 마을에 도로가 뚫리기 전부터 그들은 차를 몰고 오는 중간 상인들에게 커피를 팔았다. 중간 상인들은 “질이 형편없는 커피”라고 투덜거리며 많아야 kg당 25센트를 쳐 줄 뿐이었다. 판 데어 호프 신부는 마을 사람들을 규합해 직접 대도시에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그들의 커피는 ‘최고급’으로 분류됐고 커피 값은 kg당 95센트였다. 중간 상인들의 농간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였지만 어려움은 도처에 있었다. 중간 상인들의 반발과 협박은 끊이지 않았고, 안정적인 판로는 없었다.

당시 니코 로전은 라틴아메리카의 종교간 참여연대에서 일하고 있었다. 판 데어 호프 신부와 만난 로전은 ‘공정한 거래’를 통해 커피를 제값 받고 유럽 시장에 판매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들이 개발한 ‘막스 하벌라르’ 브랜드 커피는 1988년 네덜란드에 처음 시판됐다. ‘아래로부터의 세계화’의 첫걸음이었다.

커피에서 시작된 ‘막스 하벌라르’ 브랜드는 이후 차, 코코아, 바나나, 과일 주스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2001년 현재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13개국 등의 253개 생산자 그룹이 세계화의 양극인 ‘남쪽’과 ‘북쪽’을 잇는 이 희망의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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