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프로축구 '토종의 자존심' 김도훈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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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얘기했지만 용병들에게 타이틀을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꼭 내가 신기록을 달성하겠습니다".

용병들이 활개치는 프로축구에서 김도훈(성남 일화)은 '토종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김도훈 스스로도 이런 책임감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김도훈은 8일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득점포 불발로 정규리그 최다골 기록 경신이 미뤄진 반면 마그노가 2골을 몰아치며 공동 선두로 뛰어오르자 이렇게 말했다.

득점 레이스가 용병 잔치판이 된지 오래지만 명색이 K리그인데 최다골 기록 달성의 영광만큼은 넘겨 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

프로축구 정규리그 최다골 신기록 달성 경쟁이 김도훈(성남 일화)과 마그노(전북 현대)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나란히 21골을 넣으며 94년 윤상철(LG)이 세운 최다골 기록과 타이를 이룬 두 선수는 12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정면대결에서 운명을 건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김도훈과 마그노는 스트라이커로서 자질이나 능력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5일 안양 LG전 헤트트릭 등 올 시즌 두 번의 헤트트릭(개인 통산 4번)에서 알 수 있듯 김도훈은 자신에게 온 기회는 놓치지 않는다. 많은 나이(33세) 때문에 대표 차출을 꺼리던 쿠엘류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김도훈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준 것도 그의 '킬러 자질'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도훈에게 남겨진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 김도훈은 주말경기를 끝으로 13일 아시안컵 2차 예선 2라운드를 위해 오만으로 떠난다.

또 프로축구 휴식기에 아시안컵 2차예선 1라운드에 출전하느라 체력이 소진됐고 용병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최근 2경기 연속 골로 최다 골 타이기록을 수립하며 뒤집기에 나선 마그노는 "득점 감각이 완전히 살아났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할 만큼 여유가 넘친다.

지난 시즌까지 브라질 명문 플루미넨세에서 활약했고 2001년에는 브라질리그 득점왕에 올랐을 만큼 득점 감각은 세계적 수준. 하지만 마그노는 복병을 만났다. 같은 브라질 출신으로 올 시즌 자신의 6골을 합작했던 특급 도우미 에드밀손(어시스트부문 1위·10개)이 경고누적으로 12일 경기에서 결장하기 때문.

누가 먼저 한 골을 신고하며 정규리그 최다골 기록의 영예를 차지할까.

김도훈은 "차분히 마음을 정리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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