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정책 이렇게 오락가락 해서야

  • 입력 2003년 9월 2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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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용카드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또 계획에 없던 경부고속철 중간역 4곳을 추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판교 학원단지는 추진 발표 후 20여일 만에 백지화하기로 했다.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이다.

정부는 당초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했으나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자 지난해 6월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카드회사의 현금대출 비중을 내년 말까지 50% 이하로 낮추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그저께 경제장관간담회에서 2007년까지 낮추면 되도록 3년 연장했다.

다수의 국민이 납득할 만하면 정책 변경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한연장 배경이 석연치 않다. 정부는 처음에 “가계신용 억제로 소비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가 뒤이어 “소비 진작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더구나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원인을 작년에는 “규제가 너무 약해서”라고 했다가 이번엔 “너무 강해서”라고 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의혹을 정부가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경부고속철 중간역 추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충분한 경제적, 기술적 검토를 거쳐 사업계획을 짰을 것이다.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생겼다면 객관적인 절차를 따라야 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먼저 “울산에 역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운을 떼고, 주무부처가 허겁지겁 이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라면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9월 초에 발표한 판교 학원단지 추진 방침은 단지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에 불과했던 것인가.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책의 일관성이 긴요하다. 정책이 널뛰듯 오락가락하면 각 경제주체와 시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간, 집단간에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수시로 말을 바꾸면 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사회갈등을 풀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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