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연욱/‘평창특위’ 政爭으로 끝나나

  • 입력 2003년 7월 2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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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무산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국회 평창특위의 활동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이를 넘기면 김운용(金雲龍)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평창 유치 방해설’ 파문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4일 한나라당 김용학(金龍學)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김 부위원장의 유치방해설 파문은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열흘 남짓 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관련 당사자들의 증언 청취 등 진상 규명 절차도 있었다.

그러나 15일 전체회의에서 김 부위원장 처리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던 특위의 ‘공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충돌’ 때문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위원들은 김 부위원장에 대한 공직사퇴 권고결의안 채택을 밀어붙였으나 민주당 위원들의 반대로 회의가 지연되자 반발의 표시로 집단 퇴장했다. 김 부위원장은 김 부위원장대로 관련자 전원을 고발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특위 회의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연출한 채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났다.

김학원(金學元) 특위 위원장은 지난주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 등을 만나 국회 차원의 대응책 문제를 논의한 뒤 “활동 시한이 임박한 만큼 이번 주 안에 전체회의를 소집해 결론을 내리겠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특위 주변에선 아직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물고 늘어지는 책임론 공방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지난번 특위 회의가 무산된 것은 한나라당 소속 위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데다 김학원 위원장의 (개인) 일정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김용학 의원은 “민주당이 나의 간사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흥분했다.

물론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엔 한계가 없지 않다. 유치방해설 논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 IOC 위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파문을 계기로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한 것은 적잖은 성과였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까지 불러일으킨 유치방해설의 진상 규명조차 마치 그렇고 그런 ‘정쟁거리’의 하나처럼 유야무야 끝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비단 기자 개인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국회 평창특위는 국민의 진상규명 요구를 외면해선 안된다.

정연욱 정치부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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