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부부 초보 육아일기]<25>아이가 낯을 가려요

  • 입력 2003년 5월 25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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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동네 아주머니와 친척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던 승민이의 요즘 주가가 추락 중이다. 며칠 전 평소 승민이를 예뻐하던 아주머니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아주머니가 승민이를 보고 반갑다고 번쩍 들어올려 안자 승민이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아주머니가 얼러준다고 얼굴을 쓰다듬자 아예 고개를 돌리며 더욱 짜증을 부렸다. 아주머니는 무안한지 재빨리 승민이를 되돌려주고는 가버렸다.

얼마 전 친지 모임에 승민이를 데리고 갔을 때도 재롱을 부리기는커녕 그 흔한 웃음 한번 짓지 않았다. 거꾸로 어르신들이 승민이 앞에서 ‘짝짜꿍’을 비롯한 갖가지 재롱을 부리자 승민이는 노려보듯 쳐다보는 것으로 응했다.

이 같은 ‘낯가림’은 사람을 인식하는 인지능력이 발달됐다는 의미이자 그만큼 부모에게 애착을 갖게 됐다는 증거이다. 승민이는 6개월이 지나면서 엄마, 아빠를 알아봤고 졸릴 때나 짜증날 때는 언제나 아내 곁으로 기어갔다.

낯가림은 6∼9개월에 시작해서 돌 전후로 가장 심해지고 길게는 2∼3세까지 간다. 차차 주위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자연히 해결된다.

낯가림이 심한 아기들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는 엄마와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 한다. 이때 엄마는 아기에게 신뢰를 주는 행동을 계속 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절대로 거짓말하지 않기. “엄마 여기에 계속 있을게” 라고 해놓고 사라지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아기는 심한 불안감으로 낯가림이 오래 지속되며 결국 엄마만 더욱 피곤해진다.

새로운 장소로 갈 때는 충분히 설명을 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로 인해 낯가림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낯가림 시기를 잘 보낸 아기는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며 성장 뒤 대인관계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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