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로버트 金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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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미국의 국가 기밀을 넘겨주었다가 체포돼 간첩죄로 미 연방교도소에서 7년째 복역 중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63). 징역 9년을 선고받은 그는 모범적인 수형생활로 15% 감형을 받아 내년 7월 출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거 및 활동을 제한하는 보호감찰 3년형도 함께 선고받아 출소하더라도 3년간은 거주지 인근에만 머물러야 한다. 현재로서 그가 조국에 가장 빨리 돌아올 수 있는 길은 남은 형기와 보호감찰 형에 대한 미국 정부의 사면. 하지만 여전히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로버트 김 사건은 유대계 미국인 조너선 폴라드 사건과 자주 비교된다. 김씨와 같은 미 해군 정보국(ONI)에 근무했던 폴라드씨는 미 군사위성이 촬영한 중동지역 군사시설 사진 등 1000여건의 군사기밀을 주미 이스라엘 무관에게 제공한 것이 인정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이스라엘 정부와 유대계 미국인 단체들은 그의 석방 노력을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 역대 이스라엘 총리들은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폴라드씨의 사면을 요청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01년 2월 폴라드씨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돼 자유의 몸이 됐다.

▷이에 비하면 그의 석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지에 ‘로버트 김 미주 후원회’, 국내에 ‘로버트 김 석방위원회’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고 우리나라 일부 의원들이 석방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으나 정부는 여전히 뒷전에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물론이고 대통령을 수행한 인사들도 이에 대해 언급했다는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김씨는 올해 초에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 자신의 사면을 위해 힘써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당시 김씨에게 비밀 자료를 넘겨받았던 백동일 전 주미 해군무관이 그와의 만남과 자료 전달과정 등을 처음으로 ‘신동아’ 5월호에 공개해 눈길을 끈다. ‘한국의 대북 첩보여건이 그렇게 열악한가. 그렇다면 도와야지’라며 조국을 위해 뛰었던 김씨의 열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백씨는 ‘김 선생은 조국에 대한 순수한 애국심 하나로 나를 돕다가 불의의 피해를 보았다’며 ‘노 대통령이 이달 열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그의 사면을 부탁해 달라’고 간곡히 주문했다. 김씨는 석방되면 한국으로 돌아와 불우청소년을 위한 기숙사나 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꿈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김씨의 ‘조국사랑’에 대한 우리의 최소한의 보답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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