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와 감독은 앙숙?… 프로야구의 갈등 백태

  • 입력 2003년 5월 2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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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선수는 어떤 관계일까.

위계질서가 엄격한 국내스포츠계에선 당연히 ‘스승과 제자’ 사이로 통하지만 선수들이 감독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프로종목에선 꼭 그렇지 만도 않다. 때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처럼 앙숙으로 지내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감독과 미묘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박찬호는 기대이하의 피칭내용 때문에 벅 쇼월터감독으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수준이고 김병현은 선발등판을 놓고 밥 브렌리감독에게 “아파서 못 던지겠다”고 해 마찰을 빚고 있다.

● 불시 검문에 훈련 보이코트

감독에게 불만을 가진 선수들이 행동으로 의사표시를 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국내에선 해태(현 기아)의 ‘하와이 파문’과 OB(현 두산)의 ‘선수 집단 이탈’이 대표적이다. 96년 하와이 전지훈련중 해태 선수들은 고참들 방까지 ‘불시 검문’하는 코칭스태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오전훈련을 보이코트하는 ‘항명사건’을 일으켰다. 이 해프닝은 당시 절대 권위의 김응룡감독(현 삼성)에게 정면 도전하는 사건으로 충격을 줬다.

94년엔 시즌막판 전주경기에서 패한 OB 윤동균감독이 매를 들려고 하자 박철순 등 고참들이 “못 맞겠다”며 서울로 상경해 버렸다. 이 일로 윤감독은 지휘봉을 놓게 됐다.

LG 최향남은 감독이 염색한 머리색깔을 문제삼자 가운데 머리만 염색한 ‘아파치형 머리’로 반항했다. 경기중 교체된뒤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내던지고 방망이를 내리치는 것은 아주 ‘보편적’인 경우다. 감독의 작전지시를 거부하기도 한다. 김병현은 지난해와 올해 한차례씩 감독의 고의볼넷 지시를 무시해 버렸다.

● 고액 연봉선수 감독말 안먹혀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 출신들은 감독으로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던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박봉에다 시즌내내 골치 아픈 감독 일을 하려들지 않는다. 국내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선 감독과 선수의 관계가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 동등한 입장에서 1대1로 의사표현을 할 수가 있다. 때로는 감독이 스타들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마저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간 선수들의 연봉수준이 높아지면서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감독은 1억원 안팎이지만 스타급 선수들의 경우 2∼3억원은 기본. 사정이 이러다 보니 씨알 굵은 선수들에겐 감독의 말이 잘 안 먹힌다. 등뒤에서 감독을 욕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 동전의 양면

감독과 선수는 동전의 양면처럼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 감독은 선수단 전체를 총괄해야 하는 입장이고 선수는 오직 자신만 생각한다. 팀이 져도 홈런을 때렸으면 화장실에 가서 웃는 게 선수들. 하지만 감독은 모든 선수들을 두루 살펴야 한다. 시카고 컵스의 더스티 베이커감독이 유망주 최희섭을 계속 출전시키지 않고 ‘한물 간’ 에릭 캐로스를 배려해주는 것도 이 때문.

김성근 전 LG감독은 “감독은 선수 한명이 팀분위기를 해치는 것을 컨트롤해야 한다. 난 선수가 작전을 어기거나 반항의 표시를 할 경우, 거의 벌금을 매겼다. 프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수가 이해를 못할때는 대화로 풀거나 2군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김병현의 경우는 본인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은 평소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본다. 감독 작전을 어기고 그런 식으로 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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