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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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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자인 청명 임창순(靑溟 任昌淳·1914∼1999) 선생은 타계하기 몇 해 전부터 자신이 세운 지곡서당(芝谷書堂)에서 다른 강좌는 후학들에게 물려준 채 오직 초서만을 강의했다. 한문 필기체인 초서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점차 드물어져 가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초서로 쓰여진 사료(史料)를 판독할 사람이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청명 선생의 타계 직후 당시 초서에 입문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10여명이 초서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스승이 없는 처지에서 이들은 우선 청명 선생이 초서를 가르치던 교재인 ‘간찰첩(簡札帖·옛 편지지에 쓰여진 서찰을 묶은 작은 책)’을 한 번 더 복습했고 이어 다른 간찰들을 찾아서 함께 읽으며 공부를 계속했다.
3∼4년이 흐르면서 모임의 참가자들은 그간에 익힌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초서독해시리즈’ 제1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간찰첩’을 정리하고 번역한 것이다. 요즘도 이들은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로 유명했던 오세창(吳世昌·1864∼1953)이 엮은 ‘근묵(槿墨)’을 함께 읽으며 번역 중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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