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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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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적 건설업체인 벡텔이 가장 먼저 쾌재를 불렀다. 발전 송전, 그리고 상하수도 개보수 등 3460만달러짜리 사업권을 따냈으며 앞으로 6억8000만달러로 사업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한다. ‘바람이 분 뒤에 떨어진 과일’에서 연유한 미국식 횡재, 윈드폴(windfall)을 챙긴 것이다. 이라크 재건에는 최고 2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제2, 제3의 횡재가 계속된다는 얘기다. 벡텔은 91년 걸프전이 끝난 뒤에도 쿠웨이트 유정 복구사업을 따냈다. 미군이 탱크를 몰고 지나가면 벡텔이 불도저를 끌고 따라가 복구사업 계약을 맺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라크인들은 날벼락에 망연자실하고 미국기업은 만세를 부르는 것, 바로 패자와 승자의 모습이다. 기업들은 마음대로 횡재를 찾아다닐 수 있지만 이라크 국민이 전쟁의 날벼락을 피하기는 어렵다.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사스도 끔찍한 날벼락이다. 홍콩의 한 여성은 사스에 감염됐으나 뱃속에 있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치료를 거부하다 목숨을 잃었다.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난 아이는 사스 때문에 엄마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뒤늦게 ‘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보건당국에 은폐 중지를 지시했으나 사스 공포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우리의 생활 속에 파고든 횡재도 있다. 매주 한 번씩 나오는 로또복권의 횡재 시리즈가 드디어 300억원 부자까지 만들어냈다. 억세게 운 좋은 전직 경찰관은 당첨금을 받은 뒤 가족과 함께 행방을 감추었으니 한 점의 불행도 없이 행복한지, 혹은 익숙한 모든 것들과 이별을 해야 할 정도로 불안한 상태인지 궁금하다. 지구촌 어디에서 발생하든 남의 행 불행까지 즉각 알게 되는 것이 세계화 시대의 삶인 것 같다. 그렇다면 횡재를 좇는 삶이 옳은 것인가, 날벼락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삶이 옳은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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