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우리 아이도 골프선수로 키워볼까?

  • 입력 2003년 4월 11일 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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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도 세리처럼 키워볼까'

'박세리 출현'이후 골프는 21세기 유망직종 대접을 받고 있다. 톱랭커의 반열에 오르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하와이에 사는 천재 골프소녀 미셸 위(13)가 미국LPGA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자 골프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골프 조기교육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자녀에게 제대로 골프를 가르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진로 또한 넓은 편이 아니다. 투어프로가 되기도 쉽지 않고 박세리나 박지은처럼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 최소한 이것만은 알고 시작하자.

#골프조기교육의 현주소

현재 초등학교 골프선수는 133명(남94,여39), 중학생은 517명(남351,여166). 그러나 이것은 대한골프협회에 등록된 선수만을 따진 것이다.

교내 특기적성활동이나 곳곳의 골프아카데미, 연습장에서 개인적으로 '칼'을 가는 '꿈나무'들의 숫자는 적어도 그 1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골프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한 해 40명 안팎에 불과하다. 현재 대학선수가 374명인 것을 감안하면 특기생 진학의 매력은 실제로는 그다지 크지 않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일단 선수가 되면 학교수업을 등한시하기 때문에 만약 특기생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비용은 얼마나 드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제대로 골프교육을 시키려면 최소한 3억원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 골프계의 정설. 실전연습과 대회 출전에 들어가는 공식적인 경비가 연간 2000만∼5000만원선. 개인 레슨비는 천차만별이지만 한달에 최소한 50만원 이상 들어간다. 일반 주말골퍼보다 자주 교체해야 하는 각종 장비와 소모품 구입비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해외동계훈련은 필수사항. 한달에 300만원 이상 들어간다. 또 '골프장비를 운반할 수 있는 자동차와 운전자'도 반드시 필요하니 어지간한 월급쟁이 부모로서는 엄두도 낼수 없다.

#직업으로서의 골프

박세리나 최경주처럼 투어프로를 목표로 한다면 선택의 폭은 좁다. 각고의 노력으로 국내 투어프로가 되더라도 상금랭킹 10위 이내에는 들어야 생계 걱정없이 투어에 전념할수 있다.

하지만 적성과 능력에 따라 티칭과 코스관리, 골프장 경영, 피팅(fitting), 학계 등으로 시야를 넓힌다면 전문직으로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골프조기교육의 3계명

①초등학교 때는 소질 발견, 진로 결정은 중학교 이후에

자녀의 소질이나 흥미와 상관없이 억지로 골프를 시켰다가는 중도에 포기하기 쉽다. 강진환(30·잭 니클라우스 골프아카데미) 프로는 "자녀가 소질이 없다고 얘기해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레슨프로를 바꾸는 부모가 많다. 이 경우 공부와 골프 두 가지를 모두 놓칠 가능성이 높다"고 충고한다.

②훈련강도는 신체발달 상황에 적합하게

뼈가 연약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과도한 훈련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칫하면 큰 부상을 당해 영영 골프채를 놓을 수도 있다.

③'골프만 잘하면 된다'는 골프지상주의는 금물

학교수업은 무시한 채 특기자 혜택을 받아 상급학교에 진학하려고 단순 기술만 반복해 익힐 경우에 선수생명은 짧다.

호주에서 11년동안 레슨코치를 한 조덕행(45·잭 니클라우스 골프아카데미) 프로는 "국내 주니어선수들이 전혀 공부를 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놀랐다. 공부와 스포츠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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