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박수받고 떠나련다”…허재-김병철 각오

  • 입력 2003년 4월 2일 18시 00분


팀을 이끄는 확실한 리더는 큰 경기일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3일 대구에서 시작되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도 예외가 아니다.

TG 허재(38)와 동양 김병철(30). ‘영원한 코트의 카리스마’ 허재는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TG를 우승 문턱까지 이끌었다. 경기가 끝나면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힘들지만 승리를 향한 그의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

올 시즌 새롭게 동양의 주장을 맡은 김병철 역시 끈끈한 리더십으로 팀을 정규리그 2년 연속 우승으로 이끈 주역. 포스트시즌에서도 그의 활약은 빛났다. 악착 같은 수비로 상대의 주득점원을 묶었고 폭발적인 3점슛으로 승부의 물꼬를 시원하게 텄다.

허재와 김병철은 용산중·고 8년 선후배 사이. 챔피언결정전을 맞는 이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허재 가는 곳에 우승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늘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던 허재지만 TG에서는 아직 우승 갈증을 풀지 못했다. 코트를 떠날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터라 우승 헹가래를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은퇴 후 미국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는다는 계획도 잡아놓았다.

고려대 졸업 후 동양 창단멤버로 뛰어든 김병철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어쩌면 올 시즌은 동양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무대. 2연패의 주역이 된 뒤 미련 없이 떠나 새 둥지에서 농구인생을 설계하고 싶은 꿈도 있다. 한 곳에 머물러서는 발전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

허재는 김병철에 대해 “최근 들어 슈팅이 더욱 안정된 것 같다. 우리 (양)경민이가 신경 써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철은 “허재형이 우승을 위해 죽기살기로 뛰고 있다. 그래도 내가 형을 전담수비하면 다를 것”이라고 투지를 보였다.

허재는 초중고교 2년 선배인 TG 전창진 감독과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 김병철 역시 띠동갑에 대학 선배인 김진 동양 감독과 7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다. 올해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김 감독은 “팀을 옮기게 되면 병철이와 함께 움직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을 정도.

이렇듯 허재와 김병철에게 우승은 자신과, 자신을 믿는 감독을 위해서 꼭 이뤄야 할 목표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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