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기자의 건강세상]결핵, 정복되지 않았다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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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때문에 ‘괴질(怪疾) 공포’가 잠잠해진 듯 하다.

인류는 이번 괴질을 비롯해 에이즈, 홍콩 독감, 에볼라, 광우병 등 새로운 병이 출현할 때마다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나 많은 의학자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신종 질환이 아니라 기존의 병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터프트대 스튜어트 레비 교수는 “21세기 인류 최대의 위협은 폐렴이나 임질 등을 일으키는 흔해빠진 세균들이 내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내성균이 골치를 썩이는 대표적 질환은 결핵이다.

마침 24일은 국제 항결핵 및 폐질환 연맹이 1898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 박사가 결핵의 원인균을 발견한 것을 기념해 지정한 ‘세계 결핵의 날’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결핵을 사라진 병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결핵은 국내에서 매년 3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10대 사망원인의 하나이다. 환자 수도 30만∼40만명에 이른다.

결핵균은 환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구의 절반정도가 갖고 있다.

어른은 주로 과음, 과로,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균이 활동을 개시하면 발병한다. 요즘엔 지나친 다이어트로 영양이 부족해진 여성에게 발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결핵은 한때 ‘백색(白色) 페스트’라고 불렸다.

기원전 10세기 인도, 6세기 중국 수나라에 결핵에 대한 기록이 나오지만 유럽에서 19세기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대규모로 창궐하면서 공포의 병으로 떠올랐던 것.

이 병은 200년 동안 시인 존 키츠, 소설가 애드거 앨런 포, 음악가 프레데리크 쇼팽 등 10억여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지금도 매년 300만명이 이 병으로 숨지고 있다.

결핵하면 주로 폐결핵을 떠올리지만 결핵균은 림프샘, 뼈, 뇌수막, 척추, 관절 등 온몸에 침투한다. 물론 폐결핵이 월등하게 많으며 피로, 무력감, 체중 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결핵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예방이 최선이다.

1차 예방은 생후 한 달 내에 BCG백신을 맞는 것. 백신을 맞는다고 결핵을 100% 예방할 수는 없지만 결핵 환자와 접촉했을 때 전염률이 뚝 떨어진다. 무엇보다 뇌수막결핵 등 치명적 결핵에 걸릴 확률이 떨어진다.

2차 예방은 평소 건강을 유지하고 위생에 신경쓰는 것이다.

3차 예방은 완벽한 조기 치료다. 약은 3, 4가지를 6∼9개월 동안 복용하는데 2주 이상 복용하면 전염력이 사라진다. 많은 환자들이 2개월 정도 복용하고 증세가 개선되면 임의로 약을 끊어서 내성균이 생긴다. 내성이 생기면 약을 2년 이상 복용해야 하고 심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결핵은 아직 사라진 병이 아니다. 무시할 병도 아니지만 무서워하며 무조건 환자를 피할 필요도 없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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