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책의견 검찰제시 악용 막아야

  • 입력 2003년 3월 1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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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정책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미 검찰청법에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도록 돼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은 검찰의 SK그룹 수사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몰고 온 데 따른 대안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견 제시가 정치적 중립을 필요로 하는 수사에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도 권부 일각에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일이 있다. 권력형 비리 또는 정치 사건 수사에서 법무부 장관은 단순한 외부의견 전달자가 아니라 정치권력 등 외풍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바람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 사건 등의 수사에서 검사들도 공익의 대표자로서 작은 공익을 추구하다가 더 큰 공익을 손상시키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건을 둘러싼 외부 상황을 두루 살필 필요가 있다. 서영제 신임 서울지검장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는 경제 상황에 미칠 충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자기 반성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대에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수사의 방향과 결론을 조율했으나 민주화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방식이다. 검찰이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서 자료를 제공할 필요성은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법률에 정해진 대로 법무부 장관을 통해야 옳다. 경제부처 관리들이 최근 검찰총장 또는 수사검사에게 직접 의견을 말하거나 수사상황을 물은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검찰에 대한 의견제시는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기본정신 아래 투명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검찰 수사에 부당한 외부 간섭이 끼어드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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