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잡지 보도와 거꾸로 투자하면…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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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에는 ‘잡지효과’라는 게 있다. ‘타임’이나 ‘이코노미스’ 같은 유력한 주간지 표지에 주가상승을 뜻하는 황소가 나타나면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서고, 하락을 가리키는 곰이 등장하면 주가는 오른다는 것이다.

1999년 12월 시사주간지 ‘타임’은 정보기술(IT) 열풍을 반영해 아마존닷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해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 짐 글래스먼과 경제학자 케빈 하셋이 쓴 ‘다우 3만6000:상승장세에서 돈버는 새로운 전략’이란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끌 정도로 증시가 뜨겁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나스닥지수는 얼마 뒤인 2000년 3월 10일 5054.62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내림세로 돌아서 7일 현재 1305.29로 4분의 1토막이 나버렸다.

1차 오일쇼크로 지루한 주가하락세가 계속되던 74년, ‘이코노미스트’는 주가가 오름세로 돌아설 희망이 없으며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주가는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됐다.

지난주 세계증시는 온갖 악재에 시달리며 급락했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20년 만에, 독일의 닥스(DAX)지수는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의 코스닥주가지수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종합주가지수는 1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세계 각국의 신문과 잡지들이 앞다퉈 증시를 압박하는 온갖 악재로 주가가 당분간 오르기 어렵다는 기사를 내보내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 핵이라는 ‘특별악재’까지 갖고 있는 한국증시의 흐름을 바꿔놓을 ‘촉매와 계기’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들의 똑똑한 돈(스마트머니)은 때때로 ‘잡지효과’를 이용해 대박을 터뜨린다. 대다수 군중이 잡지에 곰이 나타나면 두려움에 떨며 ‘투매’에 나서고, 황소가 등장하면 돈 벌 욕심에 눈이 멀어 전재산을 털어 주식을 샀다가 쪽박을 차는 것과는 정반대다.

잡지효과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기르고 두려움과 욕망을 얼마나 잘 관리 통제하느냐가 주식투자의 성패를 가른다.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증시가 안개 속을 헤맬 때는 스마트머니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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