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두원/‘투자자 불안해소’ 행동으로

  • 입력 2003년 2월 25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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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가운데 올해에는 외국인 투자가 더욱 급감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를 맞추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각종 제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주한 외국기업인들이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감소가 꼭 우리 탓만은 아니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실제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외국인 투자는 감소하는 추세이며 이는 이라크전쟁 발발에 대한 불안감 및 전 세계적 경기침체 등을 반영하고 있다.

▼외자유치환경 아직도 먼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한 외국기업인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그들의 각종 제안이 새 정부 출범에 때맞춰 나온 소리이므로 그들의 목소리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 및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용의 대부분이 한국 투자환경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적해야 할 점은 과거와 같은 특혜성 지원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이는 오히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과 같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각종 제안은 단지 외국기업들뿐 아니라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기업에 대한 인식이 보다 개선되어야 한다.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단순히 자본을 유치하는 차원이 아니다. 이들은 국내 기업과 마찬가지로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에 기여하며 경쟁적인 시장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선진기업의 진출시 이들을 통한 기술이전이 용이하게 된다. 이러한 사례는 가까운 중국의 경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의 경기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일하게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놀라운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경제와 기술 진보의 이면에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기업의 한국 진출은 한국의 외교와 안보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이들의 목소리는 자국의 대한(對韓)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이들의 존재는 자국 정부로 하여금 한반도 안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새롭게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주한 외국기업인들의 제안 가운데 무엇보다도 귀기울여야 하는 것은 경제정책의 일관성 및 투명성이 될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 가운데 문제가 되었던 몇몇 불협화음은 투자자들에게 큰 불안감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케인스는 그의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투자는 무엇보다도 기업가의 동물적 직감에 의지한다고 했다. 이런 투자의 직감을 가장 훼손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막연한 불안감이며 새 정부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내기업마저 떠나갈수도▼

오늘날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바라는 것은 베트남과 같은 값싼 임금, 중국과 같은 거대한 잠재시장이 아니다. 다소 비싸더라도 양질의 노동력, 후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갖추어진 각종 사회간접자본,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정부정책, 외국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국민정서, 보다 신축적이고 평화로운 노동시장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투자환경만 조성할 수 있다면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동북아 중심국가’가 될 수 있는 천혜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만약 새 정부가 이러한 투자환경을 조성하지 못한다면 외국기업의 대규모 유치에 실패할 뿐 아니라 결국에는 국내 기업들마저 외국으로 내몰고 마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이두원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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