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검찰의 北송금 수사유보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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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질서 깨뜨린 행위 검찰이 뒷짐져서야▼

민주주의의 이상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삼권분립이라는 제도가 있어 누구에게나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대북 비밀송금 문제는 분명 법질서의 원칙을 벗어난 일임에도 그 문제를 처리하려는 방법마저 삼권분립의 기본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어 안타깝다. 과거에도 수없이 ‘정권의 시녀’라는 조롱을 받아온 검찰이 이제는 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기대하고 있던 국민에게 또 한번 실망을 안겨 주었다.

남북통일이 최고의 가치임에는 틀림없지만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법질서를 깨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서독이 통일을 위해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과 일관된 원칙을 갖고 노력함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검찰은 제자리로 돌아와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다시 특검수사의 뒷전에 서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한재복 서울 양천구 신정4동

▼엄정한 수사 먼저…정치적 해결은 나중▼

남북교류로 한반도에 평화를 심어 통일의 열매를 거두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기에 필자는 지난 5년간 햇볕정책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2235억원이라는 큰돈을 북한에 보내놓고 어물쩍 넘기려는 청와대의 태도까지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몇억원의 뇌물을 ‘떡값’ 또는 ‘정치자금’이었다고 변명하는 정치인들이나 ‘북한에 돈 보낸 일은 통치행위라서 사법심사는 부적절하다’는 대통령의 한마디는 다를 바 없다. 처음부터 대통령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고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미진한 부분은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내면 된다.

특검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수사를 유보하겠다는 검찰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그러나 특검제는 남북의 은밀한 대화를 대중의 이야깃거리로 만들 위험이 크므로 검찰의 소신있는 수사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 그런 다음 국회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 해결점을 모색해야 한다.

구본선 인천 강화군 교동면 상룡리

▼정권이 장악한 조직에 수사 맡길 수 없어▼

정권마다 검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공언해왔지만 그 지휘권은 법무부가 행사함으로써 검찰은 사실상 정부의 장악하에 있는 실정이었다. 국민은 대북 지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번 현대상선 대북 송금 사건의 경우 정부가 초기에는 일관되게 부인해 오다가 점차 그 규모와 방법이 알려지면서 ‘딴소리’를 하는 것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인 그 엄청난 돈을 ‘영수증’ 한 장 없이 북한에 넘겨준 것은 통치권 차원의 일이 아닌, 개인의 치적과 정권 연장의 의도가 내포된 불법행위다.

그러나 그 같은 불법사례에 관해 검찰이 수사를 나서도 별 실익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권력에 독립적이지 않은 현재의 검찰이 효과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의 수사유보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일로 특검제 도입 이전에 검찰 독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황현성 경기 화성시 태안읍 병점리

▼파헤칠 땐 국제적 망신 우려…일단 봉합을▼

수천억원의 국민 세금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북한에 전달됐다는 것은 분명 중대한 문제다. 그 돈이 미사일이나 다른 뭔가로 변해 우리에게로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민감한 문제를 국민적 합의 없이 경솔히 처리한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검찰총장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지금, 검찰이 대북 비밀송금 문제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북한 핵문제로 시끄러운 마당에 이 문제를 파헤친다면 국가 이미지 실추는 물론,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도 연관되어 국제적으로 망신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수사를 하다가 국가 기밀이 언론을 통해 공개될 수도 있고 성사 단계에 있는 금강산 육로관광이나 이산가족 상봉에도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바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 역사를 보더라도 당대의 일을 당대에 정확히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조성재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다음주 ‘독자토론마당’의 주제는 ‘고액권 화폐발행과 화폐단위 변경안’입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10만원권을 발행하고 화폐단위를 변경(디노미네이션)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 10만원권 자기앞수표가 고액권 대용으로 널리 유통되고 있어 사용자 편의를 위해 새 고액권 도입이 필요하며 경제규모의 확대로 화폐단위를 변경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등 전자 자금결제수단 보급과 사회적 비용 증가, 심리적 인플레이션 효과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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