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사청탁 불이익’ 반드시 지켜야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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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직사회는 5년 전, 10년 전보다 더 술렁거린다고 한다. 새 정권에서 뒤를 확실히 봐줄 수 있는 ‘부동의 실세’가 보이지 않는 바람에 누구에게 줄을 대는 게 효과적일지 몰라 여기저기 청탁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하니 쓴웃음만 나온다. 총리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조차 안면이 없는 민주당 의원들에게까지 난(蘭) 화분을 보내 은근히 로비를 할 정도라면 한심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좌불안석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보전하고 영달해 보려는 각 부처의 일부 고위직들이지, 대다수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청탁하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도, 고위직들이 혈안이 된 것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의 줄을 잡지 않으면 입신출세(立身出世)가 어렵다’는 그릇된 의식 때문이다.

대선 공신이나 노 당선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몇몇 인사들의 실세연(實勢然)하는 행동거지나 정부내 자기사람 만들기 경쟁도 청탁행렬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탁을 넣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새 정부는 첫걸음부터 비틀거릴 가능성이 있다. 청탁은 정실인사 편중인사 낙하산인사와 같은 파행을 낳고 인사파행은 공직사회의 정치권 예속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공직사회의 파벌화 갈등 기강해이를 유발하고, 나아가 국정 비능률과 난맥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각종 인허가 청탁과 같은 권력형비리도 이 같은 ‘정관(政官)유착’에서 싹트는 법이다.

패가망신까지는 아니라도 청탁엔 반드시 불이익을 줘야 악폐를 근절할 수 있다. 추천과 청탁을 가리기 쉽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나, 정상적인 채널을 통하지 않은 추천은 모두 청탁으로 간주해야 원칙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걸 공개적으로 선포하고 미리 선을 긋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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