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현두/오죽하면 인수위에 반대할까

  • 입력 2003년 1월 12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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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공직사회의 가장 큰 화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놓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노동부 사이에 벌어진 갈등이었다. 노동부에 대한 한 인수위원의 호통은 인수위에 대한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던 정부 내 다른 부처 공무원들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실제 모 부처의 고위 간부는 “우리 부는 당선자의 공약을 철저히 따를 것이기 때문에 인수위와 큰 갈등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말은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처가 특정 정책방향에 있어서 인수위와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공무원 노조 명칭 사용 반대와 법무부의 공안부 폐지 반대 의견 등이 그것이다.

전례를 볼 때 차기 정부를 이끌고 갈 인수위에 미운 털이 박힌 공무원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아온 만큼 인수위와 갈등을 빚으려는 공무원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일부 부처가 인수위 입장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며 마찰을 빚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부처 이기주의가 아니라 인수위의 의견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를 경우 빚어질 후유증과 국민 전체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인수위와 일부 정부부처간의 마찰에 대해 “공약에 대한 의견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내달라. 우리 부처는 찬성한다, 반대한다는 식으로 하지 말라”고 정부 부처에 대해 질책성 발언을 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막강한 ‘신권력’인 인수위에 맞서 특정 정책의 부당성을 주장할 때는 질책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경청해 보아야 한다. 공무원들이 오죽하면 불이익 당할 것을 각오하고 인수위에 반대하고 나설까.

인수위측은 당선자의 공약에만 형식적으로 얽매이지 말고 국가 경영이라는 차원에서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반대의견과의 접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차기 정부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할 인수위에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 전체를 아울러 국가경영전략을 짜려는 자세일 것이다. 그 길만이 정책 실수로 인한 국가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현두기자 사회1부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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