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교수의 뇌의 신비]기저핵 기능 떨어지면 근육 꼬여

  • 입력 2003년 1월 12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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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한 영화 오아시스에서 한공주 역을 맡은 문소리는 온몸의 근육이 비비 꼬이는 환자의 모습을 전문가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연기했다.

이처럼 온몸의 근육이 비틀리는 증세를 의학적으로 근긴장이상증이라고 한다. 이런 증세는 왜 생기는 것일까 ?

우리 뇌의 깊은 곳에 있는 회백질 덩어리 기저핵은 근육의 긴장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보통 때 우리의 손가락은 손가락 마디를 중심으로 약간씩 구부러져 있다. 즉 평소 손가락을 위로 올리는 근육에 비해 아래로 구부리는 근육이 더 많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근긴장이상증 환자의 경우 기저핵의 기능이 떨어져 근육의 긴장도가 비정상으로 된다. 예컨대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위로 올리는 근육의 긴장이 더 강해진다면, 이 두 손가락만 위로 올라가고 나머지 손가락은 아래로 내려갈 것이다.

즉 당사자의 손은 언제나 가위바위보 할 때의 가위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공주의 경우 얼굴 근육, 눈동자 움직이는 근육을 포함한 온몸의 근육이 모두 이런 식으로 잘못된 근육긴장의 정보를 받고 있다.

따라서 그녀의 얼굴은 틀어지고, 눈동자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온몸이 뒤틀리게 된 것이다. 그녀가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혀와 목구멍 근육에도 긴장 이상 증세가 있기 때문이다.

설경구가 강간범의 누명을 쓰고 조사받을 때 공주가 말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런 이상긴장 증세가 정신적으로 불안할 때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다.

공주는 아마도 어릴 적 조산이나 난산과 같은 사건으로 뇌가 저산소증에 빠져 기저핵 기능이 손상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가장 심한 온몸의 근긴장이상증은 유전 질환인 근긴장부전증이라 불리는 병에서 나타난다.

이 병은 우리나라에는 매우 드물지만 근친결혼이 많았던 동유럽 출신의 유대인들에게는 적지 않다. 이러한 전신적 근긴장이상증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었다.

하지만 최근 의사들은 이런 환자에게서 기저핵의 일부를 도려내거나 자극하는 시술을 하여 증세를 호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점차 더 좋은 수술 방법이 개발되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수술비가 비싸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은 것이 문제다. 오아시스 영화를 보면서 참된 사랑의 의미를 되씹는 것도 좋지만 이런 환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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