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기자의 건강세상]내신서 예체능 제외?

  • 입력 2003년 1월 12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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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언론에서 ‘이르면 내년부터 음악 미술 체육 등 과목의 성적이 내신 성적에서 제외된다’고 보도해서 한때 교육현장에서 혼란이 일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집에 들어있는 ‘예체능 교육 평가방법 개선’ 항목에 대해 해당 부처의 공무원이 실무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확정된 정책인 양 보도된 것이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횡행하는 고액 예체능 과외를 근절하는 방안이라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부터 고교 2학년생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내신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누가 예체능 과목을 들으려 할 것인가.

그러나 중고교 때 예체능 교육은 영어나 수학 교육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금의 예체능 수업시간은 중요도로 따져볼 때 사실 적은 편이다. 사춘기에는 뇌의 뒤통수엽(후두엽)이 집중적으로 성숙하면서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기능이 발달한다. 시각정보 처리능력은 학습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제 2 성징기인 이 시기에는 호르몬 분비 체계가 급변하면서 감성적으로 변하는데 이때 뇌에서 감정 처리를 맡는 가장자리계(변연계)의 역할이 커진다. 가장자리계는 기억을 주관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뇌의 이들 부위를 발달시키는 데는 예술 활동이 아주 효과적이다.

게다가 사춘기 때 예술과 담을 쌓은 사람은 나중에 예술과 친해지기가 아주 어렵다. 성인 때 예술활동은 삶을 여유있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녀를 ‘삶의 질’을 향유하면서 사는 교양인으로 키우고 싶다면 지금 예술과 친해지도록 도와줘야 한다. 체육 교육 역시 중요하다.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아이들의 체격은 커지는데 체력은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는 체력장이 입시에 반영돼 아이들이 강제적으로 운동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청소년기의 운동은 성인기의 건강과 직결돼 있으며 무엇보다 긍정적 사고, 인내력, 협동심 등을 기르는 데 더없이 좋다.

철학자 플라톤도 아이들에게 우선 놀이를 가르치고, 다음에 예술을 가르치고 나중에 기하학을 가르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철학을 가르치라고 말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입시 못지 않게 이들의 행복을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아무리 출세한들 ‘삶의 향기’를 느끼지 못하고 늘 비실비실 대면 무슨 소용일까.

만약 예체능 과목이 내신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아이들에게 예체능 과목을 꼭 받도록 조언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평소에도 예체능의 소양을 키우도록 도와줘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방학은 아이들이 예술과 운동을 가까이할 수 있는 적기이다.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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