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의 정치사건처리 주시한다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50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뤄둔 각종 정치사건 수사가 재개되면서 대선 결과에 의해 사건 처리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다.

정치적 파장이 큰 민감한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는 관행은 97년 대선 와중에 터져나온 DJ 비자금 고발 때부터 생겼다. 대선이 끝나고 수사가 진행돼 검찰총장이 수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지만 검찰총장 인사권을 가진 차기 대통령을 의식하지 않고서 수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검찰이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현 정권에서 발생한 정치 사건을 조속히 매듭지으려 하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의중을 헤아려 승자에게 유리하고 패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우려하는 것은 검찰 내부에 벌써부터 정치 지향의 검사들이 노 당선자에게 줄을 대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문은 확인되기도 어렵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으레 있었던 일이어서 근거 없다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검찰이 수사를 유보했던 정치 사건들은 노 당선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공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법적 책임을 묻는 노력을 하지 않고 사건 처리를 왜곡했다가는 오히려 차기 대통령에게 현 정권의 과오를 인계시켜 주는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국정원 도청 의혹이나 현대상선 4000억원 대북지원설은 온갖 추측만 난무했던 만큼 진실 규명 차원에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여야 간에 특검제 도입을 둘러싼 소모적 공방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검찰 처리를 기다리는 정치 사건 중에는 여야가 이전투구의 싸움을 벌이면서 별 근거도 없이 대선용으로 고소고발한 것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대선이 끝나 차기 대통령이 탄생한 만큼 대선용 고소고발의 경우 스스로 취하해 검찰의 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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