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9·11이 바꾼 세계의 질서 ´경도와 태도´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7시 05분


◇경도와 태도/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김성한 옮김/494쪽 1만7000원 창해

세계적인 국제문제 평론가이자 ‘뉴욕 타임스’지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다른 많은 서유럽 지식인들과는 달리 중동-이슬람권을 바라보는 데 있어 가치 중립적 시각을 가진 지성인이다.

이 시대 국제적 양심을 대표하는 프리드먼은 진정으로 애국적인 미국인이자 유대인이다. 그럼에도 그는 서유럽의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미국과 이슬람 세계 모두의 윈-윈 게임을 창출하기 위한 방책을 제시한다. 확고한 가치 중립적 시각과 세계에 대한 미국인으로서의 책임감이 그로 하여금 냉정한 판단을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정의의 해결사를 자임하는 미국도, 분노에 차 있는 중동-이슬람권도 거대한 유무형의 장벽을 과감히 허물고 상호 공존을 위한 새로운 사고의 틀을 짜야 한다고 제안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그의 이번 저서는 9·11테러 이전과 이후 지금까지의 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비교 서술한 주옥같은 글로 구성된 ‘워드 앨범’이다.

저자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9·11테러를 감행한 19명의 자살 특공대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또 무엇이 대부분의 아랍인과 이슬람 세계가 그들의 행동에 암묵적인 지지와 지원을 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의문점을 명쾌하게 풀지 않는다면 미국은 안전할 수 없고, 제2의 9·11사태도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다음, 미국인이 누구인지 하는 ‘자화상’ 즉, 9·11사태를 통해 자각한 미국인의 특성에 주목했다. 미국인이 왜 다른 사람들의 분노와 시기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설명해 줄 특성 말이다.

프리드먼이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다.

첫째, 9·11사태는 이유 없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체제로 인해 곪아터진 것이다. 새로운 세계체제란, 1980년대 말까지 국제질서를 지배했던 냉전체제의 틀을 벗어나 이른바 ‘세계화’를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이 새로운 국제체제에 의해 영향받는다. 하지만 결코 그것을 통해 모두가 이익을 얻지는 못한다. 세계화가 확산될수록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둘째, 전통적인 국가간 힘의 균형의 변화이다. 이것은 9·11사태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새로운 힘으로, 개인과 국가 사이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힘의 균형을 뜻한다. 세계화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을 방해하던 각종 장벽들이 허물어졌고, 세계는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 묶였다. 그로 인해 개인들이 국가에 대해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오사마 빈 라덴이다.

셋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이의 갈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계속되는 자살 폭탄 공격과 그에 맞선 보복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양측이 모두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지쳐 있으며 한 가닥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프리드먼은 말한다. “오늘날 세계에는 베를린 장벽이 아닌 또 다른 장벽이 있다. 그것은 땅 위에 있지 않고 사람들 머릿속에 있다. 그리고 이 장벽이 미국과 중동-이슬람 세계를 갈라놓고 있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과는 달리 이 장벽은 미국과 아랍-이슬람 양측에 의해 세워졌고, 양측에 의해서만 무너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평화는 어떤 명분의 장벽도 철거될 때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평화의 경찰 및 정의의 해결사를 자임하는 미국도, 분노에 차 있는 중동-이슬람권도 이 거대한 유무형의 장벽을 과감히 허물고 근본적으로 상호 포용하여 공존할 수 있는 평화의 새로운 사고 틀을 짜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저자 프리드먼이 말하는 윈윈 게임의 시발점이다.

장병옥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국제정치학 changbo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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