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兩强구도, 국민분열 부르면 안돼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16분


여러 가지 점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양강구도로 대통령선거 구도가 정리됐다. 이는 시대적 의제를 명료하게 부각시켜 국민 각자가 보다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반면 선거분위기를 자칫 이분법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1971년 대선 때도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해는 지역감정이 유세장으로 뛰쳐나온 원년이었고, 그 후 31년간 한국정치는 지역감정의 포로가 됐다. 그에 바탕을 둔 3김시대가 종언을 고할 무렵에 다시 새로운 분열과 반목의 씨가 뿌려진다면 우리는 또 수십년간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조짐은 그리 좋지 않다. 두 후보 진영이 내건 구호부터가 심상치 않다. ‘급진세력과 안정세력의 대결’이니 ‘낡은 정치와 새 정치의 대결’이니 하는 것들이 벌써부터 국민 사이에 금을 긋고 있는 듯해서다. 사실 정치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반(反) 이회창’이니 ‘반 노무현’이니 하는 용어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한 살기가 느껴진다.

두 후보의 출신지와 지지기반 및 성향을 감안할 때 지역감정은 예전 같지 않겠지만 이념갈등은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불안요인 중 하나다. 정치권 일각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을 점치는 얘기까지 들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두 후보 모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을 신봉한다면 서로 다른 지역과 세대, 서로 다른 계층과 이념은 상호 보완관계이지 적대관계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가르고 나누면서 미워하고 증오하는 분열의 리더십을 청산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개혁이고 3김시대 청산이라고 할 수 있다.

두 후보는 선거 이후까지 생각하는 절제되고 품위 있는 정책대결로 선거의 생산성을 높였으면 한다. 제발 자신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배척하지 않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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