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안한 타결', 넘어야 할 산 많다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8시 29분


지루한 진통 끝에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의 단일화 재협상이 타결됐으나 양당은 아직 어수선하다. 1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사항 유출을 둘러싸고 빚어진 분란과 재협상 과정에서 쌓인 앙금, 단일후보 결정의 최종수단인 여론조사 신뢰도에 대한 논란가능성 등 타결의 뒤끝이 꽤 불안하다.

모든 의심과 불신은 하나로 모아진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뒤진 쪽이 정말 흔쾌히 물러서겠느냐 하는 것이다. 단일화가 현실화될 때까지 성사 여부에 대한 전망을 유보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어젯밤 TV로 중계된 토론에서도 두 후보는 경제 복지 외교안보 등의 분야에서 노선의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 ‘단일화 이후’에 대한 의문 부호를 던졌다.

변수와 제약이 많은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양당의 정치적 생존과 미래가 걸려있는 후보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기에 이 같은 사태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합의문의 ‘독소조항’이 특히 문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에 의한 지지율 교란을 우려한 ‘여론조사 무효화 조항’은 어느 쪽이든 마음만 먹으면 단일화를 파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괴상한 조항은 여론의 가변성마저 무시한 것으로, 그렇다면 토론은 왜 하는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 여론조사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유권자들에게는 ‘묻지 말고 선택이나 하라’는 식이어서 비판의 대상이다. 합의 과정이야 어떻든 이제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두 사람의 합의준수 및 결과에 대한 승복 여부다. 만약 또다시 양당이 오락가락하면서 유권자들을 우롱한다면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념과 정책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양당이 후보단일화를 이룬다 하더라도 당면한 대선 승리만을 위한 ‘선거연대’가 아니라 함께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수권연대’로서의 면모를 과연 얼마나 갖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후보등록까지는 4일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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