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인터뷰]노무현"대통령후보 다시 도전하지 않을것"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23분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20일 본보의 대통령후보 연쇄 인터뷰 도중 주먹을 쥐어보이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20일 본보의 대통령후보 연쇄 인터뷰 도중 주먹을 쥐어보이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본보는 20일 대선후보 특별 연쇄 인터뷰의 두 번째 차례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노 후보와의 인터뷰는 이날 오전 11시20분부터 50분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8층 후보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노 후보는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신뢰’를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사안이 민감한 탓인지 최대한 말을 아꼈다.》

-후보회담에서 단일화에 합의한 뒤 실무협상이 난조에 빠진 이유는 뭔가.

“말하기 난감하다. 서로 말을 아끼고, 합의를 살려나가도록 노력하는 게 도리다.”

-단일화과정에 뒷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아무런 신빙성과 근거 없는 것을 주장으로 다뤄나가면 우리 사회가 의혹의 혼란 속에 빠져 정말 대혼선에 빠진다.”

-후보단일화를 해 집권하게 되면 정 후보에게 합당한 자리를 줄 생각이 있나.

“우리가 합의한 것은 선거공조 수준이다. 그 이후, 그 이상의 문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동안 정 후보의 성장배경 정책 등 때문에 단일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제 합쳐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국민의 여론이다. 특수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나온 여론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두 사람이 후보를 단일화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이기라는 요구가 많다.”

-이회창 후보를 이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뭔가.

“남북관계는 한국의 운명과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다. 냉전적 사고, 대결적 자세는 이 모두를 망칠 것이다. 이 후보는 ‘나라다운 나라’를 말하고 있는데 병역문제, 세풍, 기양건설 비자금 수수 등의 의혹을 받는 지도자의 나라는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다. 이 후보는 ‘3김 정치’라는 낡은 정치에 갇혀 있다. 국민적 요구는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다.”

-여론조사로 대통령후보를 정하는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국민적 의사 결정의 보편적 방법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을 전제로 해서 부득이 차선을 선택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낙선하면 어떻게 할 건가.

“대통령후보로 다시 도전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내 목표는 정치개혁이고 그 핵심은 정당개혁이기 때문에 정치는 계속할 것이다.”

-집권할 경우 기득권층의 도움 없이는 정국 운영이 어려울 텐데, 도움을 받을 복안이 있나.

“정당한 도움을 받겠다. 시장이란 것이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에게 더 큰 보상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과거에 하던 적당한 편법이나 특혜는 포기하라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협력할 것은 하겠다.”

-‘노사모’에 대한 선관위의 폐쇄 명령에 대한 입장은….

“노사모는 만들 때부터 내 지시로 만들지 않았고, 지금도 내 지시로 움직이지 않는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을 금지해 버리면, 국민의 자유를 너무 침해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도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나.

“(웃으며) 까다로운 얘기는 하지 말자. 우리 언론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권력을 갖고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안언론인 인터넷신문이 언론기관이 아닌 통신기관으로 돼 있다. 집권할 경우 정식 언론기관으로 육성할 의향이 있는가.

“인터넷매체도 언론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

-기업을 어떻게 보고 있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보는 눈에 차이가 있는가.

“기업은 소비자 정부와 함께 시장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핵심적 제도이다. 대기업에 아무런 반감이 없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 경영의 비합리성, 또는 지배구조의 독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병을 고치자고 주장하는 것이지 기업을 죽이자고 얘기한 적이 없다.”

-최근 농민대회에서 계란을 맞은 심정은….

“현장에 안 나가면 계란을 안 맞는다.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그런 현장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내가 또 계란을 맞아서 일이 잘 풀린다면 어디에 가서도 계란을 맞겠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은….

“FTA는 해야 한다. 그러나 농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는 데 대해 국가적 대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개방과 자유화를 할 때는 그 조약, 협정을 발효시키기 전에 국내 피해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확실한 대책을 세우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농가 부채 탕감 요구에 대한 입장은 뭔가.

“지금처럼 이자만 낮추는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농민에게도 워크아웃제도 같은 것을 세워나가야 한다. 농민들이 상환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안 되는 사람은 파산 처리하고, 되는 사람은 분할 상환 등 워크아웃 계획을 세워서 갱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간통죄 폐지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가.

“간통죄의 실상을 파악해보면 불합리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가정을 존중하고 지키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간통죄가 보호수단으로 인식돼 있는 것 같다. 그런 인식을 거역해서 폐지하는 것은 무리한 것이다.”

-도청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나.

“탐지기를 갖고 조사해보기도 했으나 (도청장치를) 발견해본 일은 없다. 전화 통화에 대한 도청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권력의 도청은 권력의 손발이 되는 권력기관에 대한 막강한 통제가 가능할 때 불법 도청이 가능하다. 그만한 통제력이 없을 때에는 불법도청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편안하게 생각하고 통화하고 있다.”

-해외골프 여행이 늘고 있는데, 국내 골프장 규제를 푸는 데 찬성하나.

“해외골프 여행 비용이 연간 6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 돈이면 국내에 퍼블릭 골프장을 20, 30개 정도 지을 수 있다. 현재 160여개 골프장 중 10% 정도에 불과한 퍼블릭 골프장을 환경문제가 없는 공휴지를 이용해 30%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정리〓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네티즌 이게 궁금해요▼

“휴대전화 멤버십 제도를 폐지해야 하나요.”

“게임 제작자를 보호할 방법은 없을까요.”

동아일보 인터넷 신문인 동아닷컴(www.donga.com)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노무현 후보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을 공모한 결과 접수된 질문이다.

노 후보는 정보통신부가 휴대전화 멤버십제도를 폐지하려는 데 대해 “시장경제 하에서 정부가 기업의 마케팅활동까지 간섭하는 것은 또 다른 정부의 규제 강화”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통신사의 멤버십제도는 특수계층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대상에 대한 ‘타깃 마케팅’ 차원의 것이다”면서 “고객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생활편의시설을 절약해 사용할 수 있어 파생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게임 개발자 보호 문제와 관련, 노 후보는 “민주당은 온라인디지털산업 육성법 등을 제정해 게임 애니메이션 등 온라인상의 디지털 콘텐츠가 복제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벤처기업에 금융 및 관련법 전문가들이 부족해 자본 투자자에게 게임작품을 강탈당하는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 △벤처기업을 위한 금융전문가 육성 및 공동상담 △금융애로구제사업단 벤처고충처리센터 설치 등을 제안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불안-과격 지적 있는데▼

이날 인터뷰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노 후보에 대해 ‘불안하다’ ‘과격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가장 길게 답했다.

바로 그가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보통 1, 2분에 그쳤던 그의 답변은 이 대목에서 5분가량으로 늘어났다.

“내가 불안하다는 사람들에게 ‘노무현의 어디가 불안하냐’고 오히려 되묻고 싶다. 내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윤리나 도덕적 문화를 파괴한 일이 있는가. 정치 보따리 싸들고 왔다 갔다 해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불신 받은 일이 있는가.”

그는 ‘과격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독재시절이던 87년 6월 민주화항쟁을 하며 길거리에서 뛴 것이 과격한가. 나는 총을 든 일도 없고, 화염병이나 돌을 든 일도 없다. 오로지 플래카드만 들고 뛰었다”며 반박했다. 그는 80년대 말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파업 사태 때 노동자 편을 든 것을 거론하며 “그 어려운 시기에 기득권에 저항했다고 해서 ‘과격하다’고 몰아붙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명패 한 번 던졌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안 던졌지 않으냐”고 웃음을 유도한 뒤 “노무현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모든 사람이 참 알기 쉽다”며 ‘예측 가능한 정치인’임을 강조했다.

‘기업관’을 묻은 질문에서도 그는 “정부와 가정이 중요한 만큼 기업도 중요하다”며 “내가 이렇게 강하게 표현하는 것은 내 기업관에 대해 여러 가지 오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후보의 장점을 묻자 “(그들을) 자연스럽게 존중하는 것이지 억지로 장점을 짜내고 하는 게 아니다”고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응대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인터뷰팀▼

심규선 정치부장

고승철 경제부장

정동우 사회1부장

오명철 문화부장

김지완 동아닷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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