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own]주상복합 아파트 뜨거운 청약열기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47분



요즘 주상복합아파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새로 분양하는 곳마다 수천 명의 청약자들이 몰려들면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신영이 지난달 25∼2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분양한 ‘로얄팰리스 스위트’는 438가구 모집에 1만명에 가까운 수요자들이 몰려 20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23∼2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5가에서 분양한 ‘디오빌’(모집가구 189가구)도 최고 137 대 1, 평균 60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LG건설이 9월 5, 6일 청약 접수한 ‘용산 LG에클라트’(310가구)에는 1만2236명이 몰려 39.5 대 1이었다. 특히 38평형은 64가구 공급에 6836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무려 106.8 대 1에 달했다.

정부의 잇따른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일반 아파트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같은 열기는 300조원에 이르는 부동(浮動)자금이 마땅히 갈 만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상복합아파트가 분양권 전매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단기 투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게 됐다는 것.

여기에 최근에 분양된 상품들이 좋은 입지 여건을 갖추는 등 나름대로 경쟁력을 지녔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근의 주상복합아파트 인기는 거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상복합아파트가 일반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데다 관리비 등 유지비 부담이 큰 단점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주상복합아파트는 베란다를 만들기 어려운 평면상의 결함이 있고 고밀도로 지어져 주거환경이 나쁘기 때문에 인기가 오래 가기 어렵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게다가 분양업체들이 선전하는 투자수익률이 실제보다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반응 아직까지 나쁘지 않다〓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올들어 9월 말까지 9.2% 올랐던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매매가격이 10월 한 달 동안 4.8% 상승했다.

현대건설이 9월에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분양한 현대하이엘은 모든 평형이 10%대 이상 올랐다. 특히 18평형(분양가 1억4800만원)은 한 달 사이에 2500만원이 올라 17%의 상승률을 보였다.

9월 초 분양한 LG건설의 LG에클라트도 모든 평형이 8∼16% 올랐고, 지난 달 분양한 대우디오빌도 평형별로 500만∼1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입주한 아파트의 시세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입주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우트럼프월드 1차 38평형은 입주한 뒤 4500만원이 오른 5억7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 6월 입주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우디오빌 20평형은 10월11일 2억2000만원에서 8일 현재 2억2500만원으로 500만원이 올랐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50평B형도 지난달 입주하면서 5000만원이 뛰어올라 10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인기 오래 지속하기는 어려울 듯〓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상복합아파트 인기가 반짝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일반아파트에 비해 주거환경이 나쁜 점이 꼽힌다.

부동산정보업체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주상복합아파트는 용적률(부지면적 대비 지하층을 뺀 건물총면적)이 800∼1000%에 달하고 대개 1, 2개 동의 소규모로 지어져 생활편익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거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며 “건물 입주가 본격화되면 이 같은 단점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책임연구원도 “주상복합아파트는 대부분 주거지역보다는 상업지역에 지어져 일반아파트와 비교하면 주거 여건이 나쁘다”며 일부 고급 아파트를 제외하곤 주상복합아파트의 인기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주상복합아파트의 투자성에 대해서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분양대행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분양되는 주상복합아파트는 대부분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겨냥한 임대사업을 수익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데 단독주택이나 빌라 형태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이 같은 주거시설을 이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