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정부질문 이대로 괜찮은가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19분


정부를 상대로 국정 현안을 추궁하기 위한 국회 대정부 질문이 무차별적인 폭로와 여야간 정치공세의 장(場)으로 변질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올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을 지켜보면서 이런 후진적인 정치의 모습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하는 기본적인 질문을 또다시 던지게 된다.

그제부터 시작된 대정부 질문은 정책질의는 간곳없이 근거없는 폭로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사당엔 ‘양아치’ ‘미친×’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원색적인 욕설과 야유, 삿대질 등이 횡행하고 있다. 마치 어떻게 하면 상대를 더 화나게 할 수 있을까 골라서 던지는 말들만 같다. 그러나 정작 화나는 것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이를 들어야 하는 국민이다.

특히 방청석에는 초중등학생들이 앉아 의원들의 질의를 지켜보았는데 이들이 국회에서 무엇을 배우고 갈지 두렵기만 하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토록 비판해 온 일부 저질 선정 폭력적인 방송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정부 질문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장치로 대정부 질문 자체는 필요하며, 이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획기적인 개선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면질문 후 일문일답을 하게 하거나, 정쟁성 저질발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국가의 종합적 비전이나 국론 결집이 필요한 사항은 대정부 질문에서 다루고 일반 국정 현안은 상임위에서 다루도록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회법상 상임위를 상시로 열 수 있는 상황에서 국정에 관한 질의는 오히려 상임위에서 밀도 있게 펼 수 있는 것이다. 소모적 정쟁과 언어공해를 부추기는 현재의 대정부 질문제를 그대로 둔 채 정치개혁을 얘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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