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40…돌잡이 (6)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01분


왜 왔던가 왜 왔던가 왜 왔던가

가마 타고 시집은 왜 왔던가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바람이 아리랑과 벚꽃잎을 태우고 배다리 앞 고무신 가게로 흘러들었다. 가게를 지키고 있는 희향은 치마 속에 가지런한 무릎에 손바닥을 올려놓고 아리랑 노랫말을 살며시 읊조렸다. 왜 왔던가

가마타고 시집은 왜 왔던가. 그러고 보니 우근이를 낳을 때에도 이 치마를 입고 있었다. 피가 묻어도 얼룩지지 않는 검정 치마. 어머니가 일러준 대로, 첫날 밤 엉덩이 밑에 깐 하얀 천은 처녀의 증거로 이 사람에게 보였지만 우근이를 낳을 때 사용한 비닐 시트는 이 사람에게 보이지 않은 채 어머니와 부선 아줌마가 강가에서 태웠다.

1년이 지났다. 그 날은 너무 아파서 의식이 온 몸 마디마디에서 벚꽃잎처럼 떨어져 흘날릴 것만 같았다. 우철이 때는 초산이어서 미지의 아픔에 두 눈을 부릅떴지만, 그리 힘든 출산은 아니었다. 수용이와 우선이 때는 순산이었고, 소원이 때는 양수가 터졌는가 싶더니 힘줄 새도 없이 태어나고 말았다.

우근이는 나의 아픔과 나의 피로 범벅이 되어 태어났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말하지 않을 테지만, 그 때 나는, 내 사타구니 사이에서 흘러나온 피 냄새를 맡으면서 불길한 예감에 몸을 떨었다. 떨림은 아픔이 사그라든 후에도 가시지 않았다. 두렵고, 걱정스럽고,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몇 번이나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예감을 머리에서 떨쳐낼 수 없었다. 아니 예감이라기보다 잔상이었다. 거무칙칙하고, 질퍽질퍽한 미래의 잔상. 이 아이는 고통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 한없이 피를 흘리면서.

1년이 지났다. 희향은 치마 위로 떨어지는 벚꽃잎을 하나 하나 집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오늘은 우근의 돌날이다. 10개월이 되자 두 팔을 벌리고 한 발 두 발 세 발 네 발 걸음을 떼더니, 지금은 두 팔을 내리고 아장아장 내 뒤를 따라온다, 아장아장. 조그만 아기신을 신고 아장아장 아장아장 하고. 말도 꽤 늘었다. 맘마, 엄마, 아빠, 물, 쉬-. 밥도 삶은 계란도 두부도 생선도 삶은 감자도, 무엇이든 먹는다. 아, 하고 꼭꼭 잘 씹어서 꿀꺽 삼키는 거야.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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